네이버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선보였으나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일본의 1위 메신저인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청하면서 ‘탈네이버’를 선언한 영향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네이버 기업가치에 주는 추가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네이버 주가는 18만8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달 26일 18만1500원에 거래를 마친 이후 한 주 동안 7.2%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19만46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달 들어 3%가량 빠지면서 상승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앞서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시장 전망치를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해 투자자 관심을 이끌었다. 네이버는 지난 3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에서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조5261억원, 영업이익 4393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8%, 32.9%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은 55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3.2% 급등했다. 이같은 호실적에 실적 발표 당일 네이버 주가는 3% 상승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네이버 주가는 오름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는 네이버가 보유한 글로벌 메신저 라인(LINE)의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는 악재가 발생한 탓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1년 일본에서 라인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실질적인 이용자 현황 지표인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악 96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지난 2019년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Z홀딩스(야후재팬 운영사)와 협의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라인과 Z홀딩스를 통합해 라인야후를 출범시켰다. 당시 네이버는 경영 통합으로 일본 검색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한 모회사 A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악성코드에 감염돼 라인야후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시점부터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네이버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실시했다. 이후 일본 총무성은 최근 2차 행정지도 계획도 발표했다.
라인야후는 일본 총무성의 네이버 자본관계 재검토 행정지도와 관련해 사실상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결산설명회에서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지난 10일 입장 자료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회사 자원의 활용과 투자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검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라인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라인을 라인야후에 넘길 경우 기업가치 하락이란 악재를 맞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라인이 일본 내 1위 메신저에 등극한 만큼 다수 사용자를 보유한 점과 동남아시아에서도 활성화된 서비스여서다. 결국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 가운데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만큼 타격을 피하기 어렵단 분석이다.
하지만 증권가는 시장 우려와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번 라인 사태가 네이버에 미치는 리스크 영향은 제한적이란 주장이다. 오히려 네이버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삼아 통제 권한 중요성을 다시금 새기면서 다른 글로벌 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모색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네이버는 소프트뱅크 및 라인야후와 사업 협력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가치에 추가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사료된다”면서도 “다만 이를 통해 중요사업에 대한 연결 통제 권한이 얼마나 중요한지 복기할 필요성은 명확하다. 향후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부가가치를 높일 글로벌 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10일 “네이버는 한국 정부와 함께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최악의 경우 A홀딩스 지분 매각에 따른 경영권 양도도 가능하다”며 “다만 현재 라인야후의 성장성 둔화와 네이버와 제한적인 사업적 시너지를 감안하면, 네이버 입장에서 라인야후 지분 중요성인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