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을 두고 제2금융권에서 충분히 감내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당국은 PF 정상화를 위해 사업성 평가 등급을 기존 3단계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이 중 여신만기 4회 연장 또는 연체이자 납부없이 만기연장하거나, 경공매 3회 이상 유찰 또는 대출연체 중인 PF 사업장은 가장 낮은 단계의 ‘부실우려’로 분류한다. 부실우려 사업장은 전체의 2~3%(5~7조원)로 경·공매로 퇴출 수순을 밟게될 전망이다.
‘부실우려’ 등급의 사업장은 대부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 상각과 경·공매 등으로 제2금융권에 대규모 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오는 대목이다. 다만 당국은 “부동산 PF로 인한 제2금융권의 부실화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감독기준 이상으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도록 지도해 왔다는 설명이다.
제2금융권도 충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14일 “선제적으로 PF 부실 관리를 하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를 저축은행 업계도 인식하고 있다”라며 “과거부터 금융당국의 가이드가 세분화돼서 나왔고, 이는 시장을 조기 정상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의 가이드에 따라 과거부터 추가 충당금을 많이 쌓았다”며 “저축은행 BIS 비율도 높은 편이라 감내할 수 있는 정도”라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충분한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는 반응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14일 “부동산 PF 리스크는 이전부터 존재했던 만큼, 증권사들은 이를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을 지속해서 적립해 왔다”면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PF 조정과 관련된 손실을 감내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제2금융권에서 추가 적립이 필요한 충당금 규모를 증권 1.1~1.9조원, 캐피탈 0.9~3.5조원, 저축은행 1.0~3.3조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번 발표안으로 부동산 PF 관련 손실 인식이 가속화돼도, 제2금융권 전반으로 부실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PF 부실을 극복할 여력이 부족한 일부 회사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일부 회사의 경우,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높아 손실 인식 규모가 손실대응능력 대비 크거나, 계열로부터의 지원 가능성이 낮아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등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높아 부실 우려 사업장 비중이 대형사 대비 크다”며 “이에 따른 손실 인식 부담 가중으로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하기 위한 부담은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관계자도 “당장 문제가 되는 저축은행은 없는 것 같지만 일부가 조금 걱정되긴 한다”라며 “내년까지 힘든 상황이 이어지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준범 이창희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