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외국인 지분율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덕분에 ‘저평가주’로 평가받던 금융지주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결과로 분석된다.
20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 17일 장 마감 후 외국인 지분율은 평균 62.7%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평균은 59.6%로, 올해 들어서만 3.1%p 높아졌다.
금융지주 별로 보면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말 72.0%에서 지난 17일 76.8%로 5%p 가까이 늘어 80%대를 기록했다. KB금융은 특히 지난 13일 외국인 지분율이 77.0%까지 올랐다. 2008년 10월10일 증시 상장 이후 가장 높은 외국인 지분율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60.2%에서 지난 17일 61.2%로, 하나금융은 68.6%에서 70.1%로, 우리금융은 37.9%에서 42.5%로 외국인 지분율이 모두 상승했다. 우리금융은 17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이 상장 후 최고치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의 외인 투자가 증가한 이유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꼽힌다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 수익률 등을 노리고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외국계 큰 손들이 꾸준히 금융지주 주식을 사들였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가장 높은 외인 지분율을 가진 KB금융의 경우 금융사 최초로 ‘배당총액 기준 분기균등배당’을 도입한 뒤 지난 16일 주가가 장중 8만330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코스피 시가총액 10위로 자리잡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적 수혜주라는 점도 외국인 투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들이 밸류업 정책에 호응해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의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지주 회장들도 해외 투자설명회(IR)에 직접 참석해 힘을 보태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지자체가 주최한 뉴욕 투자설명회(IR)에 금융사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자금조달 여건 개선, 투자 유치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해외투자자와의 대화에서는 국내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금융사들이 어떤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공통 질문이 나왔다. 양종희 회장은 KB금융이 국내에서 분기 균등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주주 환원을 금융주 처음으로 시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분기 균등 배당은 앞으로 수익이 창출된다면 가급적 많은 부분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자본관리정책을 핵심자기자본비율(CT1·core tier) 13% 중반대로 관리하려 한다”며 “그래야 어떤 위기가 와도 버퍼를 가질 수 있다”는 목표를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역사상 6분기 연속 자사주 매입한 경우를 봤나. 신한이 그렇다”며 “한국 금융당국이 주주환원 정책에 인색하다는 인식도 떨쳐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재무 정책은 ROE 10%를 목표로 하면서 주식 발행량을 줄이겠다. 당분간 현금 배당을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자사주 소각을 통해 발행 물량을 조절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