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형제자매의 유류분, 이제는 청구 못 해

사망한 형제자매의 유류분, 이제는 청구 못 해

과거에는 형제자매간에도 유류분청구 가능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앞으로는 청구 못 해
형제간 유류분은 사라졌지만, 상속권은 유지돼
글‧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기사승인 2024-05-20 13:57:12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지금까지 동생하고 지내왔습니다. 힘들 시절부터 의지한 탓에 서로의 재산에 대해 유증을 해놓은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후 동생이 사고로 사망하였는데 연을 끊고 지내던 큰형이 나타나 유류분을 요구해 난감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아닌 형제자매간의 유류분 문제는 재산 상속과정에서 복잡한 법적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 형제자매간 허용된 유류분 권리가 현대 사회에서는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 시킬 수 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형제자매가 사망했을 때 남겨진 재산을 두고 생존한 다른 형제자매가 유류분을 청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반면 형제자매간 유류분청구는 현재까지 위헌 여부를 두고 찬반 여론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형제자매간 유류분청구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형제자매간 유류분청구권은 상실된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유류분소송센터의 ‘2024 유류분소송통계’에 따르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기간은 짧으면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법 제1112조 제4호에는 형제자매간 유류분을 규정한 조항이 있다. 유류분은 부모와 자녀 또는 배우자 관계 외에도 형제간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 중 하나다. 즉 법률상 유류분권은 1순위 상속인이라면 누구나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인 것이다.

다만 형제간은 서로 1순위 상속인이 아니기에 다른 상속인과는 달리 조금 까다로운 조건이 따른다. 다시 말해 다른 형제가 사망했을 때 생존한 형제가 1순위 상속인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형제자매간 유류분권을 주장하려면 부모님이 사망한 후 미혼인 형제자매가 사망해야 다른 형제자매가 1순위 상속인이 되어 유류분권도 생기게 된다. 만약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도 형제자매들이 모두 결혼한 상황이라면 형제자매간 상속권과 유류분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형제자매간 유류분권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도 이제부터는 권리행사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 4월 25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형제자매에게 대한 민법상 유류분 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의 특징은 바로 효력이 생긴다는 점이다. 즉 특정 계도기간 없이 위헌 결정이 난 2024년 4월 25일부로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추후 형제자매간 유류분 관련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이미 진행 중인 소송에도 영향을 끼친다.

유류분제도의 본래 취지는 특정 상속인에게만 재산을 증여 또는 유증함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나머지 상속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였다. 다만 형제자매간에는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유류분권을 인정하는 건 현 타당하지 않다는 헌재의 판단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형제자매 간 상속권 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류분권은 기본적으로 상속권이 허용된 범위의 가족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형제자매간 상속권에도 영향이 생기는 건 아닌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유류분권과 달리 형제자매간 상속권은 기존대로 유지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황에서 미혼인 형제자매가 사망한다면 1순위 상속인은 다른 형제자매가 된다. 사망한 형제가 생전에 누군가에게 증여 또는 유증을 하지 않았다면 상속절차에 따라 형제자매에게 재산이 상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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