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이 자회사 콘테라파마가 유럽 등에서 진행한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의 2상 임상시험이 실패하자 관련 임상시험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이사는 23일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JM-010 유럽 임상 결과에 대한 온라인 긴급설명회를 열고 “유럽에서 진행한 후기 임상 2상에서 기대했던 1차 평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미국 임상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슬로바키아, 한국에서 이상운동 증상을 겪고 있는 파킨슨 환자 8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JM-010 두 용량으로 12주간 치료 후 ‘통합 이상 운동증 평가 스케일(UDysRS)’ 총점의 변화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시험 결과, 이상반응과 내약성(환자가 부작용을 견뎌낼 수 있는 정도) 등 안전성에선 두 용량 모두 위약군과 유사한 데이터를 확인했지만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JM-010은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로 인한 이상운동증을 치료하기 위해 콘테라파마가 개발한 후보물질이다.
이 대표는 “기대했던 결과를 드리지 못해 기다린 분들께 죄송하다. 유럽 2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2상을 단축하고 바로 3상 진입 전략을 가졌으나, 이런 전략을 적용하기가 어렵게 됐다”면서 “미국 내 임상개발 기간이 더 지연되면 사업성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추가적인 투자나 지연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전개하던 JM-010의 모든 임상을 중단한단 것이다. 다만 약리학적 효능은 확인됐으니 보강 연구를 통해 다른 대안이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콘테라파마의 매각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지난 3월 열린 부광약품 정기주주총회에서 부광약품의 최대주주인 OCI홀딩스의 이우현 회장은 콘테라파마의 한국 상장을 취소하고, 향후 해외 시장으로 상장하도록 방향을 선회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사모펀드에서 투자를 받았을 당시 한국 상장 조건을 지키기 어려운 만큼 상환금을 반환한 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자본이 모이는 지역에서 상장을 노린다는 계획도 전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콘테라파마의 가장 중요한 파이프라인이 JM-010이긴 하지만 다른 단계의 파이프라인도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신경질환 영역의 혁신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콘테라파마도 함께 갈 것이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이우현 회장이 5월말 부광약품 임상개발 임원들과 덴마크로 출장을 가서 콘테라파마 개발 방향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라며 “콘테라파마의 기업공개(IPO) 지연은 불가피하겠으나, IPO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부광약품은 JM-010에 이어 핵심 프로젝트였던 ‘CP-012’를 다음 희망으로 꼽았다. 현재 CP-012는 파킨슨병 환자의 아침무동증을 적응증으로 두고 영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JM-010보다 더 큰 시장성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콘테라파마의 다음 파이프라인으로 1상 후기 단계에 있는 CP-012에 희망을 갖고 있다”며 “이번 교훈을 바탕으로 기존 프로젝트와 향후 투자를 더 신중하게 진행하는 동시에 파트너사를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에 주력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또 “신약 연구개발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