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39년 만에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최중량급 금메달을 안긴 김민종(양평군청)이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부모님에게 공을 돌렸다.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민종은 취재진 앞에서 “부모님 덕분에 잘 자라서 이렇게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축산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부모님 덕분에 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언급했다.
‘보통 몇 인분을 먹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민종은 “양은 잘 모르겠고 두 시간 정도 먹는다”면서 고기 양이 아니라 시간으로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민종은 “부모님은 항상 많은 고기를 구워주셨다”면서 “고기가 떨어지면 가게에 가서 또 가져 오셔서 구워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민종은 지난 24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막을 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100㎏ 이상급 결승에서 조지아의 구람 투시슈빌리를 한판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2018년 73㎏급 안창림과 100㎏급 조구함(이상 은퇴) 이후 6년 만이고,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최중량급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딴 건 1985년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9년 만이다.
유도 최중량급은 그동안 신체 조건이 남다른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김민종은 남다른 기술과 체력을 앞세워 세계 정상에 섰다. 김민종은 지난해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도쿄 그랜드슬램에서 모두 은메달을 획득했고, 올해 1월에 열린 포르투갈 그랑프리, 2월 파리 그랜드슬램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최근 출전하는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연속 준우승 행진이 이어지던 김민종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에 39년 만에 금메달을 안기는 쾌거와 함께 노메달 징크스도 털어냈다. 김민종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니 그동안 계속 결승에서 졌던 게 생각나 눈물이 났다”면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침착하게 경기를 치르려 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이어 “파리 올림픽에서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한 김민종은 이 체급 세계 최강이자 프랑스 유도 간판인 테디 리네르와 승부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민종은 “지난 2월 파리 그랜드슬램에서 리네르에게 패해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회상하면서 “파리 올림픽에선 문제점을 보완해 꼭 벽을 넘어서겠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리네르는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2연패를 차지한 프랑스 유도 대표팀 전설이다. 자국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는 리네르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불참하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