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또 한 번 근현대사 속으로 들어간다. 영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공군 출신 부기장 태인 역. 뼈아픈 과거를 겪고 또 한 번 일생일대 사건과 마주하는 인물이다.
지난 14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거친 시나리오에서 몰입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본 당시만 해도 영화에 나오는 사건을 몰랐다고 한다. 홀린 듯 읽은 각본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그는 먹먹함을 휩싸였다. 감정을 흔드는 묵직한 이야기는 그렇게 하정우를 작품 속 세계로 이끌었다.
영화는 폐쇄 공간에 여러 인물을 두고 극적 상황을 부여한다. 태인은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겠다는 사명감으로 항공기 납치범인 용대(여진구)와 대치한다. 하정우는 “상황에 맞는 연기”를 하는 데 골몰했다. 1차 폭탄이 터진 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배우들과 앙상블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모든 배우가 새벽부터 나와 합을 맞췄다. 하정우는 “연극 무대에 오르는 느낌도 났다”면서 “인물들의 감정이 도발적이고 즉흥적으로 흘러가는 만큼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리허설을 여러 차례 거쳤다”고 돌아봤다.
하정우는 “매 작품을 자식처럼 여긴다”고 했다. 피와 살을 떼서 만든다고 생각해서다. 이번 영화 역시 사력을 다했다. 실제 사건을 다룬 만큼 조심스러운 마음도 컸다. 전작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에서 마라토너 손기정을 연기했던 그는 이번 영화 역시 진지하게 임했다. “극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해도 실화를 영화로 만든 거잖아요. 제 입맛대로 인물을 표현하기보다는 철저히 상황에 맞춰 연기하려 했어요. 이 인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했는지 감독님 의견을 많이 듣곤 했죠.” 고민을 거쳐 하정우가 주력한 주제 의식은 헌신과 희생이다. 그는 “지루하게 들릴 순 있어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되짚을 만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소명 의식이 투철한 영화 속 태인처럼 하정우 역시 배우로서 사명감을 가졌다. “대중 배우로서 관객에게 재미있는 영화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줄곧 달려왔단다. 그는 “한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매번 새로운 인물과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면서 “늘 이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이재킹’은 비행기 안에 있는 기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극장에서 체험하면 더욱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