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간 재산 범죄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8일 헌재는 전날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입법 개선 시한을 2025년 12월 31일로 정하고, 법 개정 때까지 법 조항 적용을 중지하도록 했다.
형법 328조 1항은 직계혈족(부모·자식),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등 사이에서 벌어진 절도 사기, 횡령, 배임 등 재산 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까운 친족 사이에는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쓰는 경우가 많아 친족간의 재산범죄에 대해선 가족 내부의 결정을 존중해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형사 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며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친족 간 재산 관련 범죄에 관한 특례'를 뜻하는 것으로, 이날 친족상도례의 입법 취지 자체는 인정됐다.
헌재는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거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용인 가능한 수준의 재산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내지 처벌에 관한 특례의 필요성은 수긍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행 친족상도례 조항이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등 친족 관계만 있으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점이 문제라고 봤다.
헌재는 "넓은 범위의 친족간 관계의 특성은 일반화하기 어려운데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되어 본래 제도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친족상도례를 어떻게 고칠지에 대해서는 "입법자가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거쳐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적용을 중지하고 국회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최근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가족 간 금전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며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송인 박수홍씨다. 박씨가 2022년 친형 부부를 수십억원대 횡령 혐의로 고소하자, 박씨의 부친은 자금관리를 한 것은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형제간이라도 동거하지 않을 경우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부친이 대신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