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화끈했다. ‘드라마’와 ‘블랙맘바’에 이어 최근 음원 차트를 평정한 신곡 ‘슈퍼노바’까지, 그룹 에스파의 질주는 거침없었다. 초장부터 인기곡을 배치해도 귀에 익숙한 곡들이 계속 이어졌다. 다수 히트곡을 보유한 이들의 여유가 느껴졌다. 무르익은 무대 매너는 역시나다.

29, 30일 이틀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에스파의 단독 콘서트 ‘2024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패러럴 라인’은 견고히 쌓은 세계관을 집대성한 자리였다. 양일 동안 관객 1만2000명을 모은 이번 공연은 신보 ‘아마겟돈’ 수록곡과 기존 앨범의 주요 곡을 아울렀다.

지난해 처음 열었던 단독 공연이 아이(æ) 에스파와 함께 무대를 광야로 꾸몄다면, 이번에는 평행우주를 주제 삼았다. 차곡차곡 다진 콘셉트가 힘을 보탰다. VCR에서부터 자신의 존재를 향해 물음표를 던지던 에스파는 노래를 통해서도 탄탄한 세계관을 공연장에 펼쳐놨다. “우린 이미 거센 붐 / 후회 없어 난 / 맞서 깨버렸지”(‘드라마’), “누가 뭐라 해도 나답게 가고 싶어 / 셀 수 없는 날들 위로 나의 이야기를 써”(‘프롤로그’) 등 자신감 넘치는 가사와 스스로를 향한 애정 어린 메시지가 빼곡하게 수놓아졌다.

무대로 볼 수 없던 노래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애플 오리지널 영화 '테트리스' 주제곡인 ‘홀드 온 타이트’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리코와 로드의 모험’ 오프닝 곡인 ‘위 고’가 그렇다. 멤버들의 솔로곡 무대에선 터질 듯한 함성이 쏟아졌다. 지젤의 알앤비 곡 ‘도파민’을 시작으로 카리나가 단독 작사한 올드스쿨 힙합곡 ‘업’, 닝닝이 작사에 참여한 알앤비 댄스곡 ‘보어드’, 윈터가 작사·작곡에 도전한 ‘스파크’가 차례로 펼쳐져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최근 대학 축제에서 라이브 실력으로 화제를 얻은 만큼 에스파는 모든 곡에서 쩌렁쩌렁한 열창을 이어갔다. 카리나는 “이런 라이브가 보고 싶지 않았냐”며 뿌듯해했다. 가창력과 무대 연출이 어우러지자 공연을 보는 맛은 자연히 배가됐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버추얼 아티스트인 나이비스(nævis)의 무대도 더해졌다. 에스파의 세계관 이야기에 등장했던 나이비스는 올해 데뷔를 앞뒀다. 이외에도 에스파의 공연을 응원하기 위해 여러 동료가 모였다. 선배 가수 태연, 청하부터 같은 소속사 식구인 DJ 레이든, 카리나와 넷플릭스 ‘미스터리 수사단’에 함께 출연한 혜리와 존박이 공연장을 찾았다.

에스파는 ‘넥스트 레벨’과 ‘아마겟돈’, ‘도깨비불’, ‘스파이시’ 등 26곡을 소화하면서도 지칠 줄 몰랐다. 공연 말미 멤버들은 “마이(팬덤명)가 있어야 우리가 비로소 완성된다”(카리나), “다음엔 더 큰 곳에서 마이들과 만나고 싶다”(윈터), “계속 새로운 모습 보여주겠다”(지젤), “앞으로 많은 곳에 갈 테니 또 만나자”(닝닝) 등 소감을 남겼다. 이들은 서울을 시작으로 일본과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호주, 마카오, 태국의 주요 도시에서 공연을 펼친다. 내년 초에는 미주와 유럽으로까지 규모를 키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