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9일 쿠키뉴스 단독 보도로 드러났던 전국체전 바둑 종목 ‘도핑 적발’ 사태 이후 최종 처분이 내려졌다. 대한체육회는 바둑 종목에 부여됐던 ‘확정배점’ 3600점을 모두 삭제해 ‘0점’ 처리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도핑방지위원회 법제조사부와 대한체육회 전국종합체육대회위원회는 지난해 10월14~15일에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바둑 종목 도핑 검사 결과에 따른 최종 통보 및 제재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바둑 종목 일반부 혼성 페어 경기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경기도 김지은 선수가 금지목록 국제표준 분류에서 S6(흥분제)으로 분류돼 있는 ‘메틸에페드린염산염’을 복용한 사실이 적발된 데 따른 것이다. 김지은 선수가 획득한 메달 및 상장은 회수 조치 됐고, 경기실적 또한 삭제됐다. 아울러 2024년 1월22일부터 2025년 7월21일까지 18개월간 자격정지 징계도 최종 결정됐다.
도핑 적발 당시, 해당 선수에 대한 징계 및 금메달 회수 조치 등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바둑계가 예의주시했던 것은 어렵게 획득했던 확정배점을 지킬 수 있는지 여부였다. 하지만 도핑에 엄격한 대한체육회는 예외없이 철퇴를 가했다. 바둑은 올해 개최되는 제105회 전국체육대회부터 확정배점 없이 경기를 치르게 됐다.
확정배점이란 전국체전 참가 종목별 메달 점수를 계산해 시⋅도 종합 점수 및 순위에 반영하는 점수다. 확정배점이 있는 종목과 없는 종목은 실업팀 창단, 학교 체육부 운영 등에서 큰 차이가 난다. 바둑에 배정됐던 3600점은 사실상 ‘기본 점수’로, 바둑계는 당초 씨름(1만5001점), 요트(1만2001점) 등에 준하는 1만점대 확정배점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정봉수 대한바둑협회 회장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선수들 교육을 철저하게 했어야 하는데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 같다. 안타깝다”면서 “대한바둑협회 관리 부재다. 유경민 사무처장과 제가 책임을 지고 동시에 물러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도핑이 적발된 지난해 전국체전 당시 경기도바둑협회장 신분으로 대한바둑협회 회장에 당선된 상황이었고, 유경민 대한바둑협회 사무처장은 서효석 전 회장 탄핵 이후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협회 사무처를 이끌어왔다. 정 회장의 ‘동반 사퇴’ 발언은 소속 선수의 도핑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경기도바둑협회와, 선수단 교육⋅관리 감독 등 의무를 소홀히 한 대한바둑협회 책임자 두 명이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유경민 대한바둑협회 사무처장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1차적으로 선수의 부주의가 가장 큰 잘못이고 2차적으로 본다면 해당 팀 감독과 코치, 시⋅도협회 총단장 등의 관리 책임이 있다”면서 “타 종목 사례를 봐도 중앙의 회장이나 사무처장이 사퇴하는 경우는 없다”고 동반 사퇴설을 일축했다. 이어 유 처장은 “규정상 2년이 지나면 다시 확정배점이 환원된다”고 설명하면서 “협회 차원의 입장문을 게재하고, 점수 환원 이후에는 확정배점 4500점을 배정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바둑은 2003년 전시종목(현 동호인종목)으로 제84회 전국체전에 입성한 이후 2006년 대한체육회 준 가맹경기단체 승인, 2009년 대한체육회 가맹경기단체 승인 등을 거쳐 2014년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2016년 제97회 전국체전에서 정식종목으로 승격된 바둑은 지난 2019년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확정배점 3600점을 획득한 바 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