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구교환이 ‘탈주’에 녹아든 순간 [쿠키인터뷰]

이제훈·구교환이 ‘탈주’에 녹아든 순간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4-07-03 17:25:46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로 호흡을 맞춘 배우 이제훈(왼쪽)과 구교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탈영에 실패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은 초조한 마음으로 상부의 처분만 기다린다. 자유를 향한 몸짓이 허무하게 끝나나 싶던 그때, 빛처럼 나타난 이가 그에게 친근하게 말 건다. “규남아~.” 탈영 사건을 조사하러 온 보위부 소좌 현상(구교환)이다. 현상은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규남을 탈영병 체포에 성공한 영웅으로 둔갑시킨다.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규남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다시금 얻은 기회를 잡고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배우 이제훈과 구교환은 규남과 현상 그 자체로서 호흡한다. 이들이 합을 맞춘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는 배우들의 매력과 캐릭터의 개성을 조화롭게 엮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두 배우의 강렬한 존재감을 조화롭게 아우른 이종필 감독의 연출력이 백미다. 지난달 20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과 구교환은 “상대역과 감독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로를 향한 굳은 신뢰와 작품에 쏟은 열정이 만들어낸 하모니가 바로 3일 개봉한 ‘탈주’다.

‘탈주’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탈주’에서 규남 역을 맡은 이제훈.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제훈 “이상을 향한 규남의 ‘탈주’에 공감했죠”

주인공 규남을 연기한 이제훈은 극 내내 질주하고 내달린다. 총탄을 피하고 땅을 포복하다 늪에 빠져도 멈출 줄 모른다. 그는 자유가 고프다. 이제훈은 “짜릿한 추격 액션을 직선적인 방향으로 담으며 확실한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면서 “관객이 규남의 탈주를 응원하길 바랐다”고 돌아봤다. 그는 ‘탈주’의 목적성이 규남에게 있다고 봤다. 불분명한 낙원을 향해 목숨을 거는 규남은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그에겐 타협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실패할지언정 도전이라도 하고 싶은 열망이 그를 달리게 한다.

이제훈은 규남의 끓어오르는 마음에서 지난날의 자신을 봤다. “연기자는 자격증도 없잖아요. 원한다고 해서 작품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사랑받아야 성장할 수 있는 직업만큼 미지수인 것도 없죠. 하지만 20대 이제훈은 꿈을 향해 달릴 수밖에 없었어요. 연기가, 영화가 그만큼 좋았거든요. 도전을 위해 험난함을 감수하는 규남이 이해됐죠.” 이제훈은 지금의 자신이 “기적의 결과”라고 했다. 힘들고 지쳐도 극장에서 좋은 영화를 보면 행복을 느낀단다. 그는 규남을 연기하며 “극한 상황에서도 타협 없이 나아가려는 인간의 순수한 본질”을 담았다. 동시에 미래의 자신을 상상했다. 이제훈은 “규남처럼 실패할지라도 목표를 향해 살고 싶다”면서 “그게 내겐 영화라는 이상향”이라고 힘줘 말했다.

‘탈주’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탈주’에서 현상 역을 연기한 구교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흐트러진 구교환…“또 다른 내가 담기리라 믿어”

현상은 규남을 미칠 듯이 쫓는다. 다들 포기하고 헛다리를 짚을 때도 그의 눈은 서슬 퍼렇다. 집착하듯 규남을 잡으려는 그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체제에 순응하고자 하는 현실이 우선이어서다. 그의 마음이 궁금했던 구교환은 시나리오를 넘기다 이내 답을 찾았다. “현상이 부하에게 ‘너는 군인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라’고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게 사실 자신에게 하는 말이거든요. 그래야 현실을 버틸 수 있으니까요.”

구교환은 현상을 “신기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현상은 과거가 명확히 나오지 않는 캐릭터다. 뚜렷한 회상 없이 대화로 표현하는 게 전부다. 첫 등장 장면에선 ‘뻔뻔함’을 최우선 가치로 뒀다. 구교환은 “규남의 걸림돌이 돼야 하는 게 현상의 기능적 요소”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현상은 장면 사이 연속성이 중요한 인물이 아니에요. 그런 것에 집착하면 오히려 납작한 인물이 되거든요. 현상의 행동에 이유나 당위성을 붙여주는 순간 본래 성질이 무너질 수 있었어요. 현상은 질서를 잡아야 하지만 규남을 신경 쓰고, 그러면서도 철저히 본인을 생각해요. 선우민이 러시아에 두고 온 꿈이라면 규남은 현상이 지금 꾸는 꿈이에요. 이상을 좇고 싶지만 현실을 살아야 하니 더욱더 규남을 막아서는 거죠. 어찌 보면 참 안타까운 인물이에요.”

현상의 첫 등장과 마지막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처음 등장할 땐 멀끔하던 현상은 규남을 추격하며 잔뜩 흐트러진다.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구교환의 의도다. 계산보다 본능에 따라 연기하는 그는 현상을 마음으로 해석하고자 애썼다. ‘탈주’ 역시 관객이 어디에 마음을 두는지에 따라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구교환은 “어떤 작품을 논할 때 ‘그 장면 봤어?’라는 말이 나오는 작품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면서 “관객에게 ‘탈주’가 그런 작품이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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