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현 은행장들이 모두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승계 절차 개시가 이제 3달 앞으로 다가왔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월 말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들 임기가 종료된다.
승계절차는 오는 9월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일종의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보면 모든 은행권(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 8개 금융지주와 국책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은 CEO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은행·지주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평가와 함께 CEO 선임 때마다 낙하산, 카르텔 문제 등 각종 잡음이 터져나왔다. 기존에는 승계절차 개시 시점에 대한 규정이 금융회사별로 아예 없을 뿐더러 절차가 촉박하게 진행됐다. 일례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에는 1개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에는 2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또한 선임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함께 따라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배구조 구성 절차와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TF를 꾸려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 승계 절차 시작 △승계 과정에서 후보군 관리와 육성 및 최종 선정까지 중요 사항의 문서화 △ CEO 자격이나 평가 요건을 공개토록 하는 안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모범관행에 따라 오는 9월이면 은행권에서도 승계 절차 움직임이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은행장 연임 변수는 ‘내부통제’
5대 은행장 가운데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임이다. 이재근 행장은 지난 2022년 취임한 후 2년 임기가 지난해 11월 마무리됐다. KB금융이 통상 계열사 CEO에게 큰 악재가 없는 한 ‘2+1’의 임기를 부여해 온 만큼, 이후 1년 연임에 성공했다.
변수는 실적과 금융사고다. 국민은행은 2년 연속 하나은행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4766억원으로, 국민은행(3조2615억원)을 2151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직원 배임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은행에서는 지난 3월 담보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총 104억원의 대출을 내준 배임사고에 이어, 4월 111억원·272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역시 내부통제 문제로 연임 여부가 안갯속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농협은행에서는 앞서 지난 3월 109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터졌다. 금감원은 수시검사에서 정기검사로 전환, 농협은행과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정기검사 기간 중 농협은행에서는 6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가 추가로 발견됐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달 경남 한 지점에서 대리급 직원이 100억원 가량의 고객 대출금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금감원이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반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비교적 금융사고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인이 없고, 그렇다고 일반 주주 관심이 높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은행·지주 CEO 선임이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면서 “사실 3개월 전부터 시작하는 것도 그렇게 충분한 시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 독려만으로는 어렵고, 국민연금 주도로 적극적인 주주활동이라던지 밸류업으로 시장 관심이 반드시 동반돼야 공정성과 투명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은행권 금융사고에 대해 당국이나 사회 시선이 많이 엄격해졌고, 문제 삼을 수 있는 명문화된 근거도 생겼다”면서 “과거보다 내부통제 문제가 은행장 임기에 미칠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