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 산업의 생산성은 마이너스 대 진입 초읽기 중. 경영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비전은 점차 멀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 고령화와 근로 방식 변화로 흔들리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선결돼야 할 것들을 고민해 봤습니다. |
달라진 인구구조와 변화하는 노동시장 속 기업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전문가는 기업의 노동생산성 증대를 위해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용노동부의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2022~2032)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는 2022년부터 2032년까지 31만6000명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과거 10년 증가 폭의 1/10 수준이다.
또, 경제활동인구는 전기(2022~2027년)에는 증가하지만, 후기(2027~2032년)인 2028년부터 감소가 예상된다. 양적 축소뿐 아니라 고령층 비중 확대 등 구성 효과로 인해 노동 공급 제약 여건이 심화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전문가는 이같은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시대가 기업의 노동생산성 하락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한다. 김재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의 ‘인구 감소가 경제성장 및 노동생산성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인구 비중의 증가는 1인당 실질 GDP 증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는 “고령인구 비중 1%의 증가는 1인당 실질 GDP 증가율을 0.39% 감소시킨다”며 “기여율 측면에선 고령화로 인한 1인당 실질 GDP 증가율 감소에 노동생산성 감소가 92.3% 기여하고, 고용률 감소가 7.7% 기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는 공통으로 노동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업종을 막론하고 AI 도입, 유연근무제 시행 등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현대차는 거버넌스 의사 결정에 AI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올 1월 발표했고, 포스코와 한화는 챗 GP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AI를 활용해 고객 응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3월 국내 주요 기업(매출 상위 100개사)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8%가 생성형 AI를 회사 차원에서 사무직군에 도입했고, AI를 도입(예정 포함)한 기업의 85.7%는 AI 활용이 업무 소요 시간을 줄인다고 답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AI를 통해 파생되는 새로운 기술들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생산성을 증가시켜 새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며 “(AI 직군에 대해)막연히 두려움을 가질 때는 지났고, 기존 일자리 체제에서 벗어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력 근무나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노력도 보인다. LG그룹은 주 40시간의 근무시간만 채우면 주 4일 근무도 가능하고, 포스코는 8새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근무 혁신 우수기업 사례에 선정된 레뷰코퍼레이션, 마녀공장 등 적은 인력을 가진 중소기업도 유연근무제, 비대면 근무 방식 등을 도입하며 생산성 증대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개별적 노력을 벗어나 결국 노동시장이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중 하나의 예시로 거론되는 것이 최저임금이다. 기업이나 자영업자등을 고려해 업종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제도로 인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는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가 피해를 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이 발의한 개정안은 최저임금 기준을 사업 종류·규모·지역·연령 등으로 구분하고 일정 격차를 넘지 않게 조치를 취하는 등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장은 “현재 한국 경제는 인구 감소,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인구구조가 변화했으니 가지고 있는 인적 자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노동시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허 원장은 계속해서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 금지 조항을 바꿔 임금구조 개편을 지원하고, 고용 안정과 계속 고용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AI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업무별 수요나 조건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원만한 대응을 위해 노동조합 등도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업이 노동생산성을 키우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임금체계를 바꾸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허 원장은 “기업 차원에서 근로 시간을 유연화하려고 해도, 정부가 규정한 연장근로 시간이 너무 적거나, 조건이 까다로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근무 형태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자는 이야기가 노동자 측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노동 관행은 과거 인구증가 및 고성장 시대에 만들어졌던 것에 머물러 있다. 이제 노동 관련 제도 등을 인구 감소와 저성장 시대에 맞춰 손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