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가 가상자산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장현국 전 대표가 물러나고 ‘박관호 체제’가 다시 출범하면서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이전과 달리 사업을 정리하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달 28일부터 열리는 일본 웹3 컨퍼런스 ‘웹액스(WebX)’에도 부스를 마련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플래티넘 스폰서로 참여했던 것과 대조된다. 장현국 당시 위메이드 대표가 ‘블록체인 게임: 게임의 경계를 허물다’라는 주제로 기조연설도 했다.
가상자산 관련 주요 서비스도 종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먼저 우나월렛이 출시 6개월여 만에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블록 보상 분배 프로그램인 ‘포잇(PoET)’ 역시 서비스 종료 공지가 발표됐다. 위메이드는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고 그에 따른 재정비를 위해”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입장이다.
위메이드 창업자 박관호 의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때부터 예고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관호 대표이사 회장은 취임 2주 만인 제2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세계 시장에서 흥행하려면 한국 모델은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위믹스 생태계 발전과 위메이드 발전은 하나”라며 “지금까지 비전은 경영진 마음 속에 있는 비전이라면, 이제는 투자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위믹스 미래를 보여주고 싶다”며 ‘박관호표’ 전략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장현국 현재 부회장이 위메이드 대표로 취임 후 실적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취임해인 2020년 매출액 1266억원, 영업손실 약 128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 매출액 3350억원, 영업이익 974억원으로 크게 올랐으나, 2022년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손실 849억원을 기록 후 2023년 약 1126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박 회장은 “장 대표가 오랫동안 회사 성장에 이바지했다”면서도 “(장 대표 생각이) 저와 항상 똑같지는 않았고 작년 적자도 컸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이 미래 먹거리로 꼽히긴 하나,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관망세로 전환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사법 리스크가 장 부회장을 따라 다니기도 했다. 지난해 위믹스 투자자 20여명이 장 부회장 등을 사기 및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 혐의로 고소해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앞서 김남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코인 의혹’과 관련해 장 전 대표가 대가성 가상자산 제공 의혹을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장현국 위메이드 부회장은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지난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 부회장은 보유 지분 36만3354주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진행했고, 각각 주당 4만3775원으로 18만382주, 4만1432원으로 18만2972주를 매도했다. 처분 총액은 약 154억7700만원이다.
위믹스 사업을 이끌어 온 장 부회장의 거리두기에 위믹스 시세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날 오후 2시34분 기준 1386원에 거래되고 있다. 박 대표 취임이 알려진 3월15일 3900~4000원 사이를 오갔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