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한국 여자 바둑 랭킹 1위가 바뀌었다. 김은지 9단이 최정 9단과 맞대결을 승리하면서 여자 바둑 왕좌에 올랐다.
1일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결승3번기 1국에서 김은지 9단이 최정 9단에게 187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단명국으로 끝난 김 9단의 완승국이었다. K바둑에서 생중계를 맡은 박경근 해설위원은 “최정 선수가 오늘 무기력하게 무너졌다”고 총평했다.
여자 랭킹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던 두 기사는 결승전을 앞두고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최정 9단은 9년 연속 주장으로 참여했던 한국여자바둑리그 불참을 선언하면서 대국수 조절에 들어갔고, 반면 김은지 9단은 여자 대회는 물론 남·여 구분 없이 격돌하는 종합 기전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며 지난 7월까지 63전(47승16패)을 치렀다. 최 9단은 7월까지 김 9단 대국수의 약 절반 수준인 33전을 치러 20승13패를 기록 중인 상황이었다.
경기 양상은 초반부터 김은지 9단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약 2주 만에 경기에 나선 최정 9단의 행마는 무거웠고, 전날까지 강행군을 했던 김 9단의 매서운 공격력이 돋보였다.
국후 최정 9단은 “초반 빵따냄을 허용한 이후 두기 어려운 바둑이라고 느꼈다. 거기가 중요한 승부처였던 것 같다”면서 “초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신경을 썼는데 원했던대로 잘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결승전을 앞두고 특별한 준비를 했냐는 질문에 김은지 9단은 “어제도 시합이 늦게 끝나서 별다른 준비 없이 제 실력대로 뒀다”면서 “바둑 공부를 하지 않을 때는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얘기했다. 김 9단은 “결승 2국에서도 좋은 내용으로 대국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원은 매달 5일 프로기사 바둑 랭킹을 공식 발표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들에게는 내부 전산망을 통해 매월 1일 바뀐 랭킹을 먼저 공지하고 일종의 의견 수렴 기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둑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프로기사 이현욱 9단은 이날 방송에서 김은지 9단이 여자 랭킹 1위에 오르고, 최정 9단은 2위로 밀린 사실을 공표했다. 아직 한국기원이 공식적으로 랭킹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기원은 쿠키뉴스에 “내부 자료 유출에 대한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8월 랭킹은 5일 발표가 원칙이므로, 오는 5일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최정 9단이 랭킹 1위 자리를 내려놓게 된다면 이는 2013년 12월 이후 128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