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대구에서 출발해서 박람회에 참가했습니다. 면접이 빠르게 끝나서 준비한걸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이렇게 현장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2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4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만난 김영한 씨(28)는 잘 다려진 검은 정장을 입고 이같이 말했다. 정장이 구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커다란 여행 가방까지 가져온 그는 은행 현장 면접을 위해 새벽부터 열차를 타고 박람회에 참가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김 씨 이외에도 여러 금융권 구직자들이 면접을 위한 정장을 입고 부스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태풍으로 인해 비가 내려 무더위와 습기가 방문자들을 힘들게 했지만 이들의 열정은 날씨보다 뜨겁게 느껴졌다.
은행연합회와 금융권 78개사가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2024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는 올해로 8회째를 맞이했다. 여기에 총 78개 금융기관이 참여하면서 역대 최대 금융사들이 참가한 박람회가 됐다. 박람회는 21일부터 22일까지 양일간 열린다.
이번 박람회의 특징은 △은행 △생명·손해보험사 △카드사 △금융공기업 등 기존 참가기업 외에도 인터넷전문은행 2개사와 금융 IT 기업 5개사를 포함한 14개 기업이 참가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금융산업 전망과 트렌드 토크콘서트, 금융업권별 필기특강, 면접특강 등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취업 기회를 잡기위해 참가한 이들은 은행 취업관에 가장 많이 몰렸다. 12개 은행에서 사전 서류심사를 통과한 청년구직자를 대상으로 현장면접을 진행하고, 우수면접자로 선발되는 경우 향후 해당 은행 채용지원 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제공한 영향이다. 때문에 가장 진지한 태도로 박람회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을 이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은행 취업관에서는 최근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의 부스가 가장 눈에 띄었다. iM뱅크 인사 담당자는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서 신규 지역에 영업망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지역 인재들을 더 많이 채용하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올해 처음 참가한 금융사들의 부스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방문했다. 이 가운데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두 인터넷전문은행에 많은 참가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카카오뱅크 인사담당자는 “사전에 진행된 채용 상담 신청에 200명이 넘는 구직자들이 참여했다”며 “IT 개발자나 UI(인터페이스)·UX(사용자 경험) 전문 개발자 등 다양한 직군들을 채용하고 있는 만큼 세부 정보들을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람회에서는 참가자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마련돼 있었다. 청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금융권 취업 골든벨, 금융 서바이벌 챌린지, 메이크업 쇼, 인생네컷 포토부스 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비롯해 토크콘서트, 현직자 코칭챗, 취업컨설팅 부스들도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고졸 취업 성공 토크콘서트’와 ‘금융권 취업 골든벨’ 현장에는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성남 성일정보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이준수 학생(18)은 “졸업 후 바로 금융업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서 취업한 선배들이 어떻게 금융사들에 들어갔는지 노하우를 얻기 위해 콘서트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는 22일 종료 이후에도 청년 구직자들에게 금융권 취업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9월 중 기존 박람회 홈페이지를 금융권 채용정보 플랫폼으로 전환해 운영한다.
금융권에서는 박람회를 청년들이 금융권 취업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가 청년들의 미래 가능성과 꿈을 실현하는 기반이 된다”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청년들이 원하는 다양한 취업 정보와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은 “금융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 중 하나가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며 “금융권이 청년 채용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