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는 지난 7월 말과 8월 초 3차례에 걸쳐 자연형 하천 혹은 생태하천의 복원현장을 돌아보았다.
지난 첫 회에서는 기후위기시대를 역행하며 함부로 하천생태를 파괴하거나 무분별하게 개발하면서 인간에게나 자연에게 모두 피해를 입히고 있는 실태를 지적했다.
2회에서는 하천이 우리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 향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자연형 하천 복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1회: 기후위기시대 역행하는 생태하천 관리
생태하천 복원의 허와 실
2회: 자연형 하천복원 어떻게 해야 하나?
하천은 생활공간이자 생존공간
- 하천의 기능과 중요성
하천은 인간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에게 생활공간이자 생존공간으로 오늘날 하천은 우리나라에 성립된 생태계 중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는 생태계이다. 하천이라는 생태통로는 제방과 범람원을 따라 수역(stream ecosystem)과 강변 구역(riparian ecosystem)이 조합된 복합생태계 구조이다.
하천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생태공간이지만 어류나 조류, 곤충류 등의 산란, 부화와 성장과 종족 유지 등을 대부분 하천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하천생태계는 생물들에게 매우 중요한 장소이다.
하천부지는 육지생태계와 달리 물의 흐름에 따라 1년 내지는 수년 내의 짧은 간격으로 변동하고 있다. 하천부지는 초본식물군락이 우세한 생태계로 그 중에서도 일년생 초본식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즉, 다양한 생물군집을 유지하고 있는 하천 생태계는 동적생태계가 복합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이창석 교수는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면 하중도와 모래톱과 자갈밭 같은 비오톱이 다양하게 유지되고 갈대와 같은 초지도 복원된다”면서 “따라서 생물들이 다양하게 서식할 조건이 마련되고 자연스럽게 이곳을 떠났던 조류들도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 하천 현주소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논농사 중심지역의 하천은 식량을 얻기 위해 대부분 범람원을 논으로 전환하면서 가능한 넓은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하천의 폭을 좁히고, 그 대신 제방을 높게 쌓아 홍수 피해를 막아 왔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에서는 강변생태계가 없는 셈이다.
더욱 오늘날은 그러한 지역이 도시화 지역으로 전환되면서 강변 식생이 크게 훼손되거나 파괴되어 하천의 원형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었다. 결과적으로 하천경관의 공간적 범위가 크게 줄어들면서 하천은 온전한 모습을 잃게 되고 다양성과 안정성도 크게 낮아졌다.
우리나라 하천은 식생의 종류가 단순하고 종 다양성이 낮으며, 외래식물이나 1년생 식물 그리고 하천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육상식물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졌다. 하천에 어울리는 목본식물과 초본식물이 함께 어우러진 안정된 구조의 식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전반적으로 자연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 국내 대부분의 하천은 과도하게 이용되고 관리되어 그 자연성이 크게 훼손되어 있다. 복원의 방법 또한 완전한 것(restoration)이기보다는 부분적이고(rehabilitation) 기능적이어서(reclamation) 그동안 자연복원보다는 레크리에이션 공간 조성에 주력해 왔다.
-잘못된 하천복원
우리가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하천복원은 어떤가? 공사의 편의성을 좇다 보니 강턱은 본래의 웅덩이 형 단면을 벗어나 각을 세운 복단면을 이루어 다시 한 번 통수 단면을 좁혀 놓고 있다. 이에 더해 농업용수 확보와 안정적인 물 흐름을 위해 낙차공과 보 설치, 안전한 제방을 위해 콘크리트 옹벽을 쌓았다. 사람들의 선심을 얻기 위한 놀이터를 비롯한 각종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홍수터를 둔치라는 하천도 육지도 아닌 어정쩡한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준설과 벌목 등은 하천관리에 효과가 크지 않다. 우리의 하천들은 대부분 침식이나 퇴적 등이 균형을 이루는 평형하천이다. 전체 하천을 모두 일정하게 준설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준설한 부분만 물이 고이게 된다.”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낙차공(落差工‧drops)과 보, 대형다리 등 횡단구조물을 철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릇된 복원의 영향으로 현재 하천에는 그곳에 본래 자라던 식물 대신 그들과 비교해 유연성이 크게 떨어지는 뻣뻣한 절대 육상식물과 외래식물이 다수 침입해 있다. ‘자연형 하천복원’이나 ‘생태하천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육상식물과 외래식물을 전문성 없이 함부로 식재해 갈 길 바쁜 물길을 가로막기까지 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유호준(29) 의원은 “수달이 발견될 정도로 생태하천으로의 기능이 인정되는 왕숙천조차 매년 준설이라는 명목으로 하천을 뒤엎으면서 하천 내 식생을 모두 단절하고 있다. 이 같은 준설이 과연 요즘 시대에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면서 “생태축상 산림 못지않게 중요한 하천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더불어 하천 식생의 탄소흡수기능을 강화하고 하천 가치를 재평가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생태 하천(生態河川)으로 회복
생태 하천이란, 하천이 지닌 본래의 자연성과 생태적 기능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조성된 하천으로 물 다양성, 먹이사슬 등의 생물학적 총체성이 유지되는 건강한 하천을 말한다.
70년, 자연 상태로 돌아온 DMZ 내 하천
DMZ는 한반도의 중앙을 동서로 가로질러 위치하고 70년 동안 비교적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된 관계로 한반도에 성립 가능한 모든 서식처가 단절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온전하게 연결되어 생태적 다양성이 높고 건전하다. 또 70년 시간동안 자연의 과정에 맡겨져 그 밖의 지역에서 사라진 강변생태계라는 풍요로운 생태적 공간을 회복했다.
DMZ는 북방계 생물의 남방한계선과 남방계 생물의 북방한계선이 만나는 거대한 추이대가 되어 이것 또한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과도한 토지이용으로 강변생태계가 사라진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과 DMZ가 가장 대비되는 공간이 바로 이 강변생태계이다.
죽은 하천에서 생태하천으로 돌아온 청계천
인공시설물을 최소화하고 자연하천으로 회복되고 있는 청계천 하류의 '철새보호구역'에서는 논병아리 · 고방오 리· 흰죽지 · 백할미새 등 도시에서 보기 힘든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수달 · 새호리기 · 삼백초 · 제비붓꽃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원앙 ·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 청개구리 · 해오라기 · 중백로 · 광대나물 등 기후변화지표종도 청계천이나 천변에서 살고 있다. 도심에서 492종의 식물, 21종의 어류, 41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청계천은 도시 속 생태하천의 성공적 사례이다.
- 우리하천 어떻게 되살릴까
하천을 둘러싼 사회 · 문화 ·환경적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하천 관리의 방향과 패러다임 또한 변화하고 있다.
강변생태계는 하천경관을 이루는 핵심경관요소로서 수계와 육상생태계 모두의 생물다양성을 이루는 토대가 된다. 하지만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가 있는 생태적 공간을 우리만의 공간으로 전환하여 복합 생태 공간으로서의 하천경관(riverine landscape)을 수계생태계(stream ecosystem)로 단순화시키며 잃어버린 하천을 낳았다. 다행히 요즘 세계는 이처럼 잃어버린 자연을 되찾기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하천복원의 경우는 네덜란드의 “Room for the river”프로젝트가 이를 대표하고 있는데 강변구역을 하천을 위한 공간으로 되돌려 주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창석 교수는 “다양한 미지형을 확보하기 위한 복원, 자연하천에 바탕을 둔 식생의 도입과 배열, 그리고 나아가 수변 구역의 생태계는 물론 그 주변의 육상생태계까지 이어지는 복원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이상적인 참 복원(restoration)이 될 것”이라며 “우리도 자연의 이치에 바탕을 둔 충실한 복원을 실천해 그동안 함부로 사용하온 자연에 대한 보상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것이 만물의 영장이 지켜야 할 환경윤리이고 도덕”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