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잇따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책무구조도 제출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크고 작은 내부통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은행의 부당 대출 사태는 은행의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검사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에 대한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한 것과 관련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5일 “지난해 가을경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병규 우리은행 행장이 손 전 회장의 대규모 부당대출에 대해 보고 받은 정황을 확인했다”며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 원장은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 대상이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법상 보고를 제때 안 한 것에 대해선 명확하게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발언했다.
여기에 농협은행은 지난달 23일 서울 명동지점에서 부당여신거래 행위를 발견해 감사를 진행한 결과, 지점 한 직원이 4년간 117억원 가량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횡령 사고는 매달 빼놓지 않고 발생했다. 횡령액은 총 1804억2740만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이 2022년 11월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한 이후 내부통제 강화를 집중적으로 주문해왔음에도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에 당초 계획보다 좀 더 앞당겨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책무구조도란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금융사고 발생시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을 원천 봉쇄하는 제도를 말한다.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책무구조도 해설서에는 책무의 누락·중복·편중이 없도록 책무를 배분해야 하고, 상위 임원(상급자)과 하위 임원(하급자)의 업무가 일치하는 경우엔 상위 임원에게 책무를 배분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은 지난달 3일부터 시작 됐지만, 금융지주와 은행에 6개월의 유예 기간이 부여됐기 때문에 실제 제출은 내년 1월부터다.
CEO 및 임직원 제재는 금융사가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시점부터 바로 적용된다. 때문에 금융사들은 조기 제출을 꺼려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려졌다. 당국에 내부통제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책무구조도 제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국 역시 금융사에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을 독려한 바 있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지난 7월 백브리핑을 통해 “책무구조를 조기에 도입·운영 할 수 있도록 시범운영기간을 도입하려고 한다”며 “이 시기에 무조건 빨리 제출해서 당국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수정하고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은 최선의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또 오는 10월31일까지인 시범운영 기간 중 책무구조도를 금감원에 제출하면 내년 1월2일까지 내부통제 관리 의무가 완벽히 수행되지 않더라도 제재를 하지 않는 등 ‘인센티브‘ 제공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은 7월 시범운영 참여 대상을 조사했는데, 4대 금융지주(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와 DGB금융지주는 책무구조도를 시범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당국에 전달했다. 농협금융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괜히 책무구조도를 늦게 제출해서 좋을 게 없다는 의견”이라며 “전산 시스템 구축 등 책무구조도 제출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