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SC제일·Sh수협은행 등은 이미 절차가 끝났거나 진행 중이고, 주요 시중은행은 추석 연휴 이후 본격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이 낸 차기 은행장 후보자 모집공고에서 현 강신숙 행장 등 6명이 지원했다. 강 행장, 신학기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양수 수협은행 부행장, 김철환 전 수협은행 부행장, 양제신 전 하나은행 부행장, 강철승 전 중앙대 교수가 지원서를 냈다.
차기 행장 후보를 뽑는 수협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논의를 거쳐 오는 12일 면접 대상자를 선정해 후보군을 압축한다. 이후 23일 면접을 진행하고, 이튿날 차기행장 후보를 결정한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이미 차기 행장 선임을 마쳤다. SC제일은행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었다. SC제일은행은 10년간 회사를 이끈 박종복 행장의 후임자로 이광희 기업금융그룹장(부행장)을 지목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 임기도 오는 연말 일제히 종료된다.
금융당국이 새롭게 제시한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은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시작돼야 한다. 따라서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추석 연휴 뒤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은행지주 및 은행 CEO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고 폐쇄적이라며 이를 문제 삼아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최고경영자(CEO)가 합리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발언하며 3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현명한 판단’을 내리라고 압박한 바 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3연임,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연임에 도전한다.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상반기 좋았던 실적과 경영 안정성이 연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올해 들어서만 4차례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내부통제 이슈가 변수다.
친인척 부적정 대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은행은 분위기가 다르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우리은행이 2020년 4월3일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차주를 대상으로 내준 616억원 규모 대출 중, 350억원이 부적정 대출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현 경영진을 대상으로 재차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당국은 우리금융 경영진이 지난해 9월~10월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대출 보고를 받았으나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달 25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아울러 당국은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1년 앞당겨 내달 초 시행한다. 정기검사에서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 3등급 이하를 받으면, 보험사 연내 인수 승인이 어려워진다.
업계에서는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조 행장이 이달 말까지 연임 포기 의사 밝히지 않으면 행장 후보군에 들어가게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에서 계파 갈등을 해결해주십사 외부에서 모셔온 인물”이라며 “지주 회장과 은행장 둘 중 이번 사태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은행장 쪽이 더 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달 정기감사도 앞두고 조 행장도 본인 거취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깊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