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향방을 분석하고 국내 및 국제 경제 질서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조병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 석좌교수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4 쿠키뉴스 산업포럼’에서 미국 대선과 국제 경제 질서의 대전환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조 교수는 이날 “미국 대선과 관련해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은 딱 세 가지”라며 “누가 이기느냐. 우리와 무슨 상관있느냐.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운을 뗐다.
미국 대선의 판세와 관련해서는 현재 ‘박빙’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을 48.1%,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지지율을 45.1%라고 발표했다. 영국 도박사이트에서도 두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경합 주로 꼽히는 러스트벨트와 선벨트에서 대세가 갈릴 것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조 교수는 “경합 주에서도 격차가 거의 없다는 것은 피 말리는 초박빙의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11일 오전 10시 진행되는 대선 후보 토론이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조 교수는 “양측이 토론에 모두 엄청나게 신경 쓰고 있다. 서로 마주 보고 정책과 비전을 발표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후보의 등장이 국제 정세를 흔들어놨다는 진단도 있었다. 미국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미국 석학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수립하고 주도해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근본을 뒤흔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선거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 대신 대선 불복을 제기하고 자유무역주의가 아닌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에게 공짜로 제공, 공공재로 여겨졌던 국제안보 또한 가격을 매기게 됐다”며 “우리가 지금 만나고 있는 미국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미국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국제 경제 관련 정책도 비교됐다.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 재임 당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며 △중국 배제 △미국 제조업 재건 △노동자보호 등을 강조해 왔다. 지난 2020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제조업을 강화했으며,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S) 적용도 사실상 배제했다.
트럼프 후보가 다시 한번 당선될 경우, 미중 무역전쟁이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재건에 초점을 맞춘 공격적 경제정책이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이 시장을 닫을 경우 독일과 일본, 한국 등 제조업 국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안보를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된다면 어떨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통령인 해리스 후보가 이끈 현재 미국 행정부도 트럼프표 정책을 일부 계승·발전시켜 왔다. 중국 배제와 제조업 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난 2022년 반도체법, IRA법 등으로 재탄생했다. 이같은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미중관계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교수는 “트럼프 후보가 이야기한 제조업 강화는 미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 해리스 후보가 이길 경우에도 이같은 정책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기존 미국이 다져온 질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한국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어떤 대응을 준비해야 할까. 조 교수는 국제경제질서가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공급망과 제조업, 고용, 환경, 안보를 중심으로 질서를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심에서 중국과 글로벌 사우스 등 다극 구조로 분열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조 교수는 “지금 미국의 말을 따르지 않는 국가들이 구석구석 늘어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남미도 마찬가지”라며 “이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가 접근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재 상황은 큰 위기이지만 기회이기도 하다”며 “모두가 뭉쳐서 대응하며 위기를 극복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