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고대하던 10년 만의 복귀 승을 챙겼다. 하지만 결과와 달리 내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오후 11시 오만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2차전 오만과 원정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은 합계 승점 4점으로 요르단에 이어 조 2위에 자리했다.
표면적으로 2골 차이나, 세부 내용을 따지면 ‘진땀승’이라는 평가다. 전반 초중반, 오만을 압박하며 기세 좋게 시작한 한국은 황희찬의 선제골로 1-0 앞서갔다. 황희찬은 중앙 페널티아크 앞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가져가 오만 골문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황희찬 특유의 황소 같은 슈팅력이 빛났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 막바지부터 한국의 수비 간격이 벌어지면서 오만에 공격 기회를 손쉽게 헌납했다. 결국 전반 추가시간 1분, 불안했던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오른쪽 수비를 맡은 설영우는 본인 책임 지역이 뚫리자 무리한 태클을 가해 경고를 받았다. 프리킥 기회를 잡은 오만은 날카로운 킥과 헤더를 통해 한국 골망을 열었다. 정승현의 자책골로 기록되며 아쉬움을 더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반 막판에 골을 먹힌 부분이었다. 전술적 변화를 통해 후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 한국의 공격은 체계적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 프리롤로 움직였으나, 세밀한 전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포지션이 엉키는 등 정교하지 못한 공격 시도 때문에 오만에 소유권을 내주기 일쑤였다.
체계적인 전술이 안 보이던 위기의 순간, 손흥민이 영웅으로 등장했다. 후반 37분 이강인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환상적인 턴을 통해 수비를 벗겨냈다. 이후 침착하게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때렸고, 공은 오만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위치로 빨렸다. 손흥민의 골 덕에 흐름을 바꾼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의 골을 더해 3-1로 오만을 꺾었다.
홍 감독이 이번 2연전에서 보여준 축구는 클린스만 전 감독의 축구와 다를 것 없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2023 아시안컵 내내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했다. 클린스만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에 ‘꾸역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으나, 준결승에서 한국과 달리 팀적으로 뛰어난 요르단을 만나 0-2로 완패했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 때문에 말레이시아에 3골을 먹히는 촌극도 발생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은 2018년부터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4년 동안 조직적인 축구를 만들었다. 벤투 감독 지휘하에, 애매하면 ‘뻥’차던 한국 축구는 체계적인 빌드업을 추구하게 됐다. 카타르월드컵 때 우루과이와 경기가 벤투 감독의 결과물이다. 당시 한국은 루이스 수아레스, 페데리코 발베르데, 다르윈 누녜스 등 스타 선수들이 포진한 우루과이를 상대로 중원에서 싸우는 축구를 펼쳤다. 점유율도 대등했다.
이렇게 만들어졌던 체계가 클린스만 체제에서 무너졌다. 홍 감독에게는 좋았던 경기력을 살려야 할 큰 책임이 있던 셈이다. 홍 감독을 선임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이사는 ‘라볼피아나(후방 미드필더를 빌드업 과정에 참여시키는 전술)’를 언급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남은 건 또 ‘해줘’ 축구였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유럽파 선수들이 그들 스스로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고 골로 연결했다.
현재 홍 감독은 팬들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홈경기임에도 붉은악마는 이례적으로 ‘홍명보 나가’를 외쳤다.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못 했던 선임 과정을 비판하는 목소리였다. 쿠키뉴스와 만난 한 팬은 “홍명보 감독이 지지 못 받는 건 당연하다. 그 많은 논란 속에서 팬들이 응원을 보내줄 거라는 생각은 꿈”이라며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거지 홍 감독을 응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홍 감독은 결국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남은 예선에서 홍 감독이 전술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전과 다른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