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히자, 국민연금 가입자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 동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0년 이상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은 64만원 정도인데, 자격 요건만 충족되면 국가가 공짜로 주는 기초연금 수령액은 40만원으로 인상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함께 받아도, ‘연계감액’이라는 독소조항으로 인해 기초연금액이 월 8만원가량 깎이고 있어 수급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 중위소득 50% 이하 고령층을 대상으로 우선 인상하고, 2027년 전체 대상자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경우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 올해는 단독가구 33만4810원, 부부가구엔 53만5680원이 지급된다.
기초연금액이 인상되면, 국민연금 이탈 위험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64만원 정도인데,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입자 10명 중 4명 이상은 월 50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가입자의 41.2%는 연금액이 25~50만원 사이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료 납부를 두고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기초연금은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국가가 세금인 국비와 지방비로 지급한다. 반면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수령할 수 있다. 차라리 국민연금을 안 내고 기초연금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입 의무는 없지만 노후를 대비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사람(임의가입자)들의 이탈 요인도 될 수 있다.
실제 국민연금연구원의 ‘기초연금 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유인의 관계’ 연구보고서를 보면, 2020년 4월 1~16일 국민연금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기초연금 수준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 의향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초연금액이 오를수록 국민연금 가입 거부 의향이 강해졌다. 특히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40만원까지 인상되면, 전체 응답자의 33.4%가 국민연금 가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기초연금 제도에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한 가입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다. 국민연금액이 높으면, 기초연금을 감액하는 ‘연계 감액’ 제도가 독소조항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의 150%를 넘으면, 기초연금액을 최대 50%까지 깎는 제도다.
올해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월 50만2210원이 넘으면 기초연금이 줄어든다. 통상적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1년 이하면 기초연금 전액을 받지만, 가입 기간이 12년을 넘으면 1년마다 기초연금이 약 1만원씩 깎인다. 가령 월 50만원을 받는다면, 기초연금은 3만원가량 감액된다.
해당 제도로 기초연금 수령액이 깎인 고령층은 60만명에 육박한다. 보건복지부가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동시 수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일정 금액 이상 국민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금 수령액이 삭감된 수급자는 지난해 기준 59만1456명에 달했다.
삭감 금액은 △2020년 292억4500만원 △2021년 276억1600만원 △2022년 365억1200만원 △2023년 492억2500만원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연계 감액 대상자는 1인당 평균 8만3226원꼴로 기초연금이 깎였다.
기초연금액 상향에 따라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초 기초연금이 도입됐을 당시만 해도 20만원을 지급했다. 기초연금액이 40만원으로 상향조정되면, 국민연금 수령액이 60만원이어야 하기 때문에 삭감 대상에 해당하는 가입자들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옥금 국민연금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초·국민연금 동시수급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연계 감액자 비중은 큰 변화가 없고 연계감액 수급자의 기준연금액 대비 평균연계감액 금액 비중은 하향 추세”라며 “당초 연계감액 도입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기준연금액 상향에 따라 연계감액이 적용되는 국민연금액 수준과 감액 상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