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올해 1000만 관중 새 역사를 썼다. 구단들의 ‘팬 프렌들리’ 마케팅과 달라진 야구 문화가 큰 몫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2024 KBO리그’ 누적 관중 1000만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종전 최고 관중 기록인 2017년 840만688명보다 무려 160만 이상 더 들어선 역대 최고 수치다.
올 시즌 KBO리그는 유례없는 관중몰이에 성공했다. 10개 구단은 관중 동원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과 최다 매진을 달성했다. 삼성 라이온즈 역시 창단 후 최초로 100만 관중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SSG 랜더스는 인천 연고팀 역사상 첫 ‘2년 연속 100만 관중’ 기록을 세웠다. 프로야구 막내인 KT 위즈도 창단 처음으로 홈 관중 70만명을 돌파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관중석(1만2000석)을 가진 한화 이글스도 엄청난 관중을 모았다. 홈경기 평균 좌석 점유율 96%(1만1719명)라는 놀라운 수치를 자랑하며 구단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12일 기준, 66차례 홈경기 중 43회 매진을 달성했을 정도로 대전의 열기가 뜨겁다. 다른 구단들도 신기록을 앞두고 있거나, 전년 대비 관중 증가율이 크게 증가하는 등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
허구연 KBO 총재는 “각 구단에 100만 관중이 와야 하는 것이다. 대전은 전 경기 매진을 해도 100만이 안 된다”면서 “내심 내년 정도에 1000만을 노려봐야지 했는데, 정말 감사하다”고 ‘천만 시대’를 연 소감을 밝혔다. 각 구단의 마케팅이 큰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허 총재는 “구단들이 마케팅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중 IP 컬래버의 성과가 돋보인다. 두산 베어스는 인기 캐릭터 ‘망그러진곰’과 컬래버를 진행해 팬들에게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LG 트윈스 또한 네이버웹툰 ‘마루는 강쥐’와 캐릭터 컬래버를 펼쳐 큰 성과를 거뒀다. 롯데 자이언츠도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특별 유니폼으로 화제를 모았다.
두산 ‘망곰이의 베어스 탐방기’ 팝업스토어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20대 남성 팬 A씨는 “프로야구 구단이 올 시즌, 마케팅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야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캐릭터를 보고 야구에 입문한다”고 강조했다.
두산 마케팅팀 관계자는 “10개 구단에서 신규 팬들을 유입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담당자로서 정말 많은 팬들이 유입된 것을 체감하는 중”이라면서 “이분들이 더 야구에 빠져들 수 있도록,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구단 마케팅팀의 임무다. 앞으로도 팬들이 야구에 유입될 수 있는 전략을 기획하겠다”고 강조했다.
‘마루는 강쥐’와 컬래버한 LG 역시 “‘마루는 강쥐’는 1020세대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다. 컬래버를 통해 LG 팬과 ‘마루는 강쥐’ 팬 모두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LG는 새로운 컬래버 시도를 통해 팬들에게 다양함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구단 마케팅에 더해 달라진 야구 문화도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당겼다. 뮤지컬, 콘서트에 비해 싼 티켓값으로 접근성을 올린 뒤 직접 야구장에 온 팬들을 사로잡았다. ‘덕질’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야구 팬이 된 지 1년째라는 20대 여성 B씨는 “야구가 뭐길래 사람들이 열광하나 싶었다. 직접 응원하니 정말 짜릿했다. 팬들이랑 함께 모여 응원가를 부른다는 사실이 즐거웠다”며 “좋아하는 선수들을 주 6일 볼 수 있다는 것도 팬들에게는 큰 장점”이라고 했다.
2023년부터 한화 팬이라 밝힌 22세 여성 C씨는 “응원가가 야구를 좋아하게 된 큰 계기”라면서 “티켓 값이 싸서 자주 가게 된다.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팬들에게 규제를 완화하며 야구를 더 접할 수 있게 한 점 또한 크게 작용했다. KBO는 지난 3월 티빙과 중계권 계약을 맺으면서, 40초 미만 분량의 경기 숏폼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에 각 구단은 물론, 수많은 야구 팬 채널이 생겼다. 팬들은 자연스레 야구를 많이 접했고, 서서히 야구에 스며들었다. B씨는 “공식 유튜브 말고도 팬 유튜브가 많아서 구단 소식을 알기 편하다. 그렇게 애정이 생겨서 직관까지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