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흥행 ‘베테랑2’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들 [취재진담]

추석 흥행 ‘베테랑2’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들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4-09-20 06:00:07
영화 ‘베테랑’ 스틸컷. CJ ENM

침체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영화계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베테랑2’가 엿새 동안 443만5040명을 동원한 덕이다. 1000만 영화를 향한 기대감까지 솟아나고 있다. 9년 전 개봉해 1341만 관객을 모은 전작과 더불어 ‘쌍천만’이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시에 일각에선 ‘베테랑2’의 이 같은 추세가 한국 영화의 위기를 방증한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왜일까.

영화계에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무색해진 지 오래다. 전통적으로 흥행 특수를 누렸던 여름과 추석, 설 등 연휴를 겨냥한 작품들이 일제히 참패해서다. 지난해가 대표적이다. 여름에는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으나 ‘밀수’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추석 연휴에는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이 같은 날 개봉하는 초강수를 뒀으나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는 지형이 바뀌었다. 연휴에 대작이 몰리던 과거와 달리 ‘도그데이즈’, ‘데드맨’, ‘소풍’처럼 비교적 작은 영화들이 설 극장가를 채웠다. 대작 없는 첫 연휴여서일까. 이들 작품 모두 고배를 마셨다. 여름에는 ‘하이재킹’, ‘핸섬가이즈’, ‘파일럿’, ‘탈주’ 등이 관객과 만나 소기 성과를 거뒀다. 동 시기 개봉한 ‘설계자’, ‘행복의 나라’ 등은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거대 자본을 투입한 작품은 자취를 감추고 중간 규모 작품은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계속되자 이번 추석 연휴엔 ‘베테랑2’만이 한국 영화 신작 중 유일하게 개봉하는 일도 생겼다.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로 호흡을 맞춘 배우 정해인과 류승완 감독, 황정민(왼쪽부터). CJ ENM

다행히 ‘베테랑2’는 전작의 후광과 흥행 타율 좋은 배우, 감독을 업고 관객몰이에 성공한 모양새다. 다만 흥행 추세를 보고 영화계에선 여러 반응이 나온다. 일단 대다수는 응원의 목소리를 보낸다. 팬데믹 이후 회복을 못 한 상황에 정부 지원까지 뚝 끊긴 만큼 ‘베테랑2’가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길 염원한다. 반면, 1000만 영화가 나온다 한들 타 작품으로 낙수효과가 미치지 않는 선례를 여럿 겪은 만큼 회의론도 있다. 작품 하나가 상영관 대부분을 독식하는 것에 따른 우려도 이어진다. 건강한 생태계 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던 18일 기준 ‘베테랑2’에 할당된 스크린 수는 2647개, 상영 횟수는 1만3139회였다. 2위인 ‘사랑의 하츄핑’(스크린 수 495개·상영 횟수 712회)보다 스크린 수는 5배, 상영 횟수는 18배 이상 많았다. 같은 날 ‘베테랑2’의 일별 상영점유율은 절반을 훌쩍 넘긴 65.8%에 달했다. 좌석점유율은 71.4%인 반면 좌석판매율은 38.2%로 2위인 ‘사랑의 하츄핑’(42.7%)보다 낮았다. 관객으로선 ‘베테랑2’가 과도하게 많은 좌석을 점유해 여타 선택지가 없다 보니 자연히 ‘베테랑2’를 보게 된 상황이다. ‘베테랑2’가 독주 중인 현 상황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베테랑2’의 흥행이 적색 신호이기만 한 건 당연히 아니다. 영화관으로 향하고자 하는 관객 마음은 여전하다는 걸 재확인한 계기이기도 하다. 앞서 ‘범죄도시’ 시리즈와 ‘서울의 봄’, ‘파묘’ 등 잘 만든 작품들은 장르·개봉 시기와 관계없이 입소문에 힘입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쾌거를 거뒀다. ‘재밌으면 보러온다’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명제를 입증한 셈이다. ‘베테랑2’는 전작을 추억하는 관객부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극장으로 향한 이들까지, 관객들의 여러 목적이 어우러져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호불호가 갈리면서 관객이 각자의 감상을 토론하고, 영화를 분석하고 평하는 데 열 올리고 있다. 관객의 열띤 반응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베테랑2’은 그 자체로도 의의가 있다. 관객이란 든든한 토양 없이는 좋은 영화도 싹틔울 수 없다. ‘베테랑2’를 향한 다양한 시선이 극장을 찾는 발길로 이어지길 바란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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