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가 분주한 가운데 금융권이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은행권에서 연이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의 국감 증인출석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는 다음달 7일부터 25일까지 2024년도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이번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있었던 국정감사 중 가장 뜨거울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들어서만 홍콩 ELS(주가연계증권)불완전판매를 비롯해 배임, 횡령,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들 대부분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진 만큼 사실상 주요 은행들과 지주 관계자들이 이번 감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가장 유력 증인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함께 증인으로 출석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은 최근 180억원의 횡령사고에 이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법인 600억원대 부당대출 의혹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NH농협금융의 경우 올해에만 올해만 4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농협은행은 지난 3월5일 109억4700만원의 대규모 배임사고를 공시했는데, 규모는 물론 배임추정 기간이 무려 4년이 넘었다. 여기에 지난 5월에는 6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발생했다.
KB국민은행 역시 금융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KB국민은행에선 지난 3~4월 안양, 대구 등 지역에서 대출 관련 3건의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금액은 488억원에 달했다. 또한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터진 홍콩ELS 사태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가 나온 은행인 만큼 이재근 은행장 또한 증인 출석 물망에 언급되고 있다.
이번 정무위 국정감사는 다음달 10일 금융위원회, 17일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뒤이어 금융위와 금감원이 함께 출석하는 종합감사사 10월22일 열린다.
올해 국감을 위해 정무위는 오는 25일 국감 계획서 및 증인 채택을 진행한다. 현재 정무위 소속 여야 간사는 각 의원실로부터 증인 신청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신청이 마감됐으며 국민의힘은 추석 전에 증인 신청에 대한 1차 마감을 한 뒤 추가 신청을 받고 있다.
정무위 여당 위원실 관계자는 “은행권의 횡령 및 배임,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경영진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며 “아직 여당과 야당간 간사가 만나지 않았지만 증인 취합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내달 21~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증인 채택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IMF·WB 연차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룡 회장의 경우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금감원 정기검사 등이 있는 만큼 연차총회에 불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