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 사안의 축소·은폐 의혹을 받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임 회장은 24일 금융감독원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했다. 이날 업무협약식에는 임 회장을 비롯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5대 시중은행은 ‘중소기업의 저탄소 전환과 관련 규제 대응’에 필요한 총 2조원 규모의 대출을 저금리로 공급한다. 재원은 5대 은행의 자체자금 1조원과 삼성전자의 예치금 1조원이다.
행사 전 티타임 참석을 위해 4시30분 은행회관에 모습을 드러낸 임 회장은 부적정 대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몰려든 취재진에 한 기자가 넘어질 뻔하자 “괜찮냐”고 물어본 것 외에는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업무협약식이 끝난 뒤에도 임 회장은 발걸음을 재촉, 은행회관 앞에서 대기 중이던 차량에 탑승해 빠르게 현장을 떠났다.
금감원은 이날부터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사전검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전검사는 다음달 진행될 정기검사에 앞서 자료수집 및 중점 검사사항을 사전 조사하는 단계로 1~2주 정도 걸릴 예정이다. 당초 우리금융·은행 정기검사는 내년 하반기 예정이었지만 금감원은 이를 1년 앞당겼다.
금감원이 지난달 11일 발표한 ‘은행 대출 취급 적정성 관련 수시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차주(돈 빌린 사람)를 대상으로 616억원(42건)의 대출을 실행했다.
금감원은 이 중 350억원(28건)이 대출 심사 및 사후 관리 과정에서 통상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취급된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기관에 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특히 금감원은 우리금융 경영진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사고를 의도적으로 축소 및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또 현 경영진이 이번 사안을 당국에 늑장 보고했다는 의심도 가지고 있다.
금감원은 정기검사에서 손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한 여신 취급 현황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또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적정성도 들여다 볼 것으로도 알려졌다.
임 회장은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과 관련해 지난달 2차례 사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