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고 병원과 학교에 남았다는 이유로 의사와 의대생들의 신상정보를 담은 ‘감사한 의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유포한 사직 전공의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직 전공의 정모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7월께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텔레그램에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으로 의료 현장에 남은 전공의와 학교 수업을 듣는 의대생들의 개인정보를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게시물에는 피해자들의 실명과 소속 병원, 소속 학교 등이 자세하게 쓰여 있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텔레그램과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참의사 리스트’ 등 블랙리스트 사건 총 42건을 수사해 48명을 특정했고 36명을 송치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9월3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전부 설명할 수 없지만, 법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하거나 휴학 후 돌아온 의사·대학생들을 겁박하고 추가 복귀를 방해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제작·유포하는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의사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해 의료계 일각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블랙리스트는 존재 자체가 폭력이다. 집단의 이름으로 소수를 핍박하는 행위다”라며 “인적사항에서 시작해서 취미생활, 학창시절 평판은 물론 심지어는 법적·윤리적 비행까지 모조리 제보받아 사회적 살인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낙뢰에 맞아 중상을 입은 20대 교사를 살려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조 교수는 “이런 일련의 행위가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공개해야 할 판”이라며 “피해자들의 피눈물은 보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료 현장을 이탈한 사직 전공의들을 향해 “이제라도 투쟁을 나가는 게 좋겠다. 사직 처리가 됐으니 단체행동의 부담도 없다. 집회·결사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정치적인 의사 표현을 하라”면서 “세상과 거리에 나가 사람들을 설득하고, 자신들의 옮음을 증명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