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독점력 남용 관련 카카오모빌리티에 ‘철퇴’를 가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 경쟁 사업자를 압박해 도태시켰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2일 카카오모빌리티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24억원(잠정)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잠정 과징금은 지난 7월까지의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했다. 지난달 25일까지 매출액을 추가하면 과징금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4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우티·타다·반반·마카롱택시)에게 영업상 비밀을 실시간 제공하도록 하는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해당 가맹택시 사업자 소속 기사가 ‘카카오T’ 앱 일반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차단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택시가맹 사업자 대부분이 시장에서 퇴출돼 사업자 간 가격과 품질에 의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고, 택시기사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이 제한됐다”며 과징금 부과 및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일반호출 서비스와 자회사의 카카오T블루 가맹호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사업자다. 중형택시 앱 일반호출 시장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2년 기준 96%에 달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5년 3월 일반호출 서비스를 개시, 카카오T 가맹 기사 등 유료기사 확대를 통해 택시 공급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후 “모든 택시 호출이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서만 운영”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2019년 자회사를 통한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개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후 카카오T블루 가맹기사 모집을 확대하고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위법성을 인식했으나 승객의 브랜드 혼동,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 소속 기사의 호출 수락 후 취소 등 카카오 T 앱 품질 저하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 2021년 5월부터 위법 행위를 본격화했다.
우선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소속 기사의 카카오T 일반호출 이용 대가로 수수료 지불과 소속 기사 정보, 경쟁 가맹택시 운행정보 등을 실시간 수집할 수 있는 내용의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가맹 소속 기사는 카카오T 일반 호출을 차단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들은 자신의 가맹 소속 기사에게 카카오T 앱 일반호출을 받아 운행하는 운임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 또한 소속 기사 정보와 택시 운행 정보 등은 향후 기사 모집 전략과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중요한 자원이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같은 요구는 가맹택시 시장에서 정상적인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가 제휴계약을 체결할 경우, 핵심적인 영업비밀을 경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게 제공하게 된다. 반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가맹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제휴계약에 응하지 않은 우티(현 우버택시)와 타다 소속 기사의 카카오T 일반 호출을 차단하고 소속 기사들의 가맹계약을 해지했다. 지난 2021년 7월13일부터 지난해 12월19일까지 1만1561개의 우티 기사 아이디 및 2789개의 차량번호를 차단했다. 타다도 지난 2021년 11월11일까지 771개의 기사 아이디를 차단당했다. 이로 인해 우티와 타다 소속 신규 가맹기사 모집이 어려워졌다.
이에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들은 소속 가맹기사들의 가맹해지 폭증을 막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제휴계약을 체결했고, 현재까지 운행정보 등 영업비밀 정보를 제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이같은 위법행위로 인해 일반호출 시장뿐 아니라 가맹택시 시장에서도 압도적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봤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0년 51%에서 2022년 79%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타다와 반반택시, 마카롱택시 등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실상 퇴출됐다. 가맹택시 시장에서 유효한 경쟁사업자는 시장점유율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우티만 남게 된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거대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인접시장에서 경쟁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접시장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경쟁사업자에게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하여 자신의 영업전략에 이용하는 행위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앞으로도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법 위반 시 엄중히 법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법적으로 성실히 소명하겠다면서 가맹택시와 맺은 제휴계약이 영업 비밀 수준의 정보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제휴 계약의 체결 목적은 ‘플랫폼 간 콜 중복 최소화’를 통한 이용자 편의 증대다. 일방적인 정보 취득이 아닌 상호 간 데이터 제공을 전제로 제휴 계약을 체결해 협업 중”이라며 “제휴 계약으로 얻은 정보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어떠한 사업에도 활용되지 않았다. 영업비밀 수준의 가치 있는 정보로 보는 것은 무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가맹 택시 서비스는 관련 법령 및 품질 보장 협약을 통핸 ‘원 플랫폼’ 원칙을 토대로 승인받은 사업계획서에 따라 진행했다는 언급도 있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인허가 기관과의 협의에 따라 진행된 사업 방식이 중대 위반 제재를 받는 선례가 발생한다면 기존 사업 방향의 취지는 훼손되고 투자 유인 역시 감소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자 하는 기업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결국 소비자 편익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