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과 책장, 파자마 옷깃까지 곳곳이 다 사랑의 흔적이다. 아무르, 캐롤, 박쥐, 첨밀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까지. 올해로 70살이 된 비너스가 사랑의 형태를 구현한 영화 대사들로 방문객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24일 비너스에 따르면 신영와코루 비너스는 브랜드 탄생 70주년을 맞아 성수동 프라이빗 소극장 ‘무비랜드’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일별로 다르게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 7편을 무료 상영하고 전시도 함께 진행한다.
전시에선 언더웨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닌, 브랜드가 어떤 역사 속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는지 풀어냈다. 비너스에 대한 모든 자료를 아카이브해둔 창고인 셈이다.
입구 앞엔 ‘하트 피팅 서비스’ 포토부스가 반겼다. 가슴 형태에 맞는 피팅 서비스를 제안하는 비너스의 서비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사랑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사진을 찍으면 자신에게 맞는 러브 페르소나가 프린트 된 사진이 나온다.
메인 전시 공간인 2층은 비너스를 대표하는 소재인 레이스를 활용한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이 공간에서는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낸 BI부터 올드 택과 개발 샘플, 수기로 작성한 제품 제작 매뉴얼, 오래 전 비너스에서 직접 사용하던 다양한 봉제 도구들과 재봉틀을 전시했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1층에는 비너스와 무비랜드가 협업한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한정판 파자마는 100개 한정으로 판매되며 소매, 목깃, 주머니 안쪽 등에 연인과 나누고 싶은 영화 속 대사를 숨겨 재미를 더했다”며 “영화를 보지 않고 굿즈만 사 가시는 분들도 계셨다”고 설명했다.
이날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A씨는 “마치 잘 만들어진 소규모 영화제에 온 것 같다. 뱀파이어의 사랑, 동성 간의 사랑, 80대 노부부의 사랑 등 사랑의 가지각색 모습을 표현한 영화들을 잘 큐레이션해 뒀다”며 “중간중간 적어둔 영화 글귀를 보니 ‘사랑의 비너스’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잘 연상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팝업스토어로 비너스는 인식 개선에 나서겠다는 모습이다. 신영와코루의 지난해 매출은 20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7.4% 감소해 21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신영와코루 비너스 관계자는 “비너스의 브랜드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나고자 성수동 핫플레이스인 무비랜드에서 이번 팝업스토어를 준비하게 됐다. 영화 외에도 많은 콘텐츠를 즐기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언더웨어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역사가 오래 된 만큼 엄마나 할머니 등 나이대가 있는 사람들이 입는다는 이미지를 벗는 것이 중요하다”며 “젊은 감각을 반영한 모습을 보여주고 타겟층을 계속해서 넓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