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인증제 14년…“성과 실증 데이터 제시해야”

의료기관 인증제 14년…“성과 실증 데이터 제시해야”

29일 의료기관평가인증원 14주년 개원식 개최
자율참여 중소병원 비율 4.6%…국민 인식도 낮아
의료계·환자단체, 의료 질 향상 데이터 가시화 필요성 공감

기사승인 2024-10-30 06:00:08
29일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의료기관평가인증원 14주년 개원 기념식’ 특별 좌담회에서 의료기관 인증제도 활성화를 위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제2정책위원장, 신현수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부회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신경아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평가본부장이 참여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의료기관 인증제를 시행한 지 14년차에 들어섰지만 인증 참여율과 홍보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제도 활성화를 위해선 의료 질 향상 등 실질적인 데이터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29일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의료기관평가인증원 14주년 개원 기념식’ 특별 좌담회에서 “의료기관 인증제를 시작할 땐 환자 안전을 확보하고 의료의 질 향상에 따른 환자의 병원 선택권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13년이 지났지만 중소병원의 자율참여율이 낮고, 환자들의 관심은 멀어졌다”고 짚었다. 

의료기관 인증 기준은 환자 진료, 의약품 관리, 수술 및 마취진정 관리 같은 ‘환자 진료 체계’와 감염 관리, 의사 등 인적 자원 관리, 의무기록 관리, 시설 및 환경 관리 등의 ‘조직 관리 체계’, 환자 안전 보장활동, 성과 관리 등을 아우른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국제적 인증 기준을 바탕으로 병원이 신뢰할 만한 운영 체제를 갖췄는지 평가한다. 

인증원에 따르면 현재 요양병원,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수련병원을 제외한 중소 규모의 급성기병원은 자율적으로 인증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병원들은 인증제 참여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어 참여율은 낮은 상황이다. 요양병원을 제외한 중소병원의 자율참여율은 4.6% 그쳤다. 국민 인지도 역시 아쉬운 수준이다. 지난 2021년 대국민 조사 결과, 인증원에 대한 국민 인식율은 22.8%에 불과했다.

안 대표는 의료기관의 인증제도 참여가 활발해지려면 보이지 않는 성과의 가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의료의 질 향상은 보이지 않는 성과다. 환자와 병원의 관심을 끌려면 성과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실증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중앙환자안전센터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이 함께 인증 평가 유무별 의료기관의 의료사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연구를 진행한다면 인증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개원식에 참여한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상임감정위원 관계자(흉부외과 교수)도 인증제도 성과에 대한 통계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공감했다. 그는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수 천, 수 만건의 의료사고를 접수 받는다. 이들 의료사고를 살펴보면 인증 평가 유무에 따라 그 내용이 상당히 달라진다”며 “인증 평가를 받은 곳은 환자 안전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사고 대처가 빠르고 위험도가 낮은 반면, 평가를 받지 않은 곳은 얼토당토 않은 사건들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증 평가를 통해 환자 안전과 감염예방 강화 등 의료 서비스의 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수치로 볼 수 있는 통계 자료가 있다면 홍보에 활용하고, 향후 제도를 개선할 때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인증원도 올해 의료기관 자율참여 확대 및 국민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개편방안을 마련 중이다. 신경아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평가본부장은 “인증 평가 개편추진단을 구성해 개편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인증제에 대한 정보를 확대 제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의료기관 참여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빠른 시일 안에 중소병원 단계별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보상체계를 도입하고자 한다. 인증 주기 통일화, 질환별 전문 인증제 도입도 검토 중”이라며 “다양한 유관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보다 나은 인증제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