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논의가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고, ‘김건희 특검법’,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 각종 정치 현안에 개혁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22대 국회가 개원한지 6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여야는 연금개혁안을 어디에서 논의해야 할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연금개혁안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앞서 21대 국회는 모수개혁안 합의에 성공했다. 여야는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4%로 상향 조정하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막판에 ‘소득대체율 44%안’은 구조개혁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처리를 거부하며 논의가 물거품이 됐다.
황우여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월27일 “모수개혁에 대해 의사가 합치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전제로 조속히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안으로 조속히 결론을 내려 난제를 해결하는 멋진 국회가 되자”고 공언했다.
그러나 국정감사 일정에 더해 각종 특검법 정국으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연금개혁 논의가 공회전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으며 여야 간 정쟁이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를 넘기면 연금개혁이 또다시 무산될 공산이 크다. 선거가 줄줄이 예정된 탓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브리핑에서 “내년부터는 선거가 3년 이상 지속돼 올해를 지나면 어려운 면이 많다”면서 “금년 내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연금개혁이 밀릴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 차관은 지난 12일 충남 지역 언론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에서 “연금개혁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 제고와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과제”라며 “연금개혁이 지연될 때마다 하루 885억원이 후세대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3년 뒤엔 국민연금 역사상 처음으로 연금 지급을 위해 기금을 헐게 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4~2028)’ 보고서를 보면 오는 2027년엔 연금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3조2536억원 많아질 것이라는 추계가 나왔다. 그해 들어온 보험료로는 지출할 연금 지급액을 맞출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현재로선 연내 연금개혁안 처리 전망은 어둡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21대 국회에선 모수개혁안에 합의했음에도 임기 종료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뤘다”며 “정부가 들고 나온 개혁안 역시 공론화위원회나 재정계산위원회에서도 다루지 않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이다. 추진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