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살 젊은 도시 증평, 청년 인구 정착 지원 통해 활력 제고
- 지방 소멸 극복 넘어 도약, 증가포르(증평 + 싱가포르) 이룰 것
- 젊은 인구 유입으로 증평초 1,200여명 학생수, 도심학교보다 많아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붕괴 위험 수위까지 다다른 지방 도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인프라 부족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고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마저도 떠나면서 학교와 병원 등 시설이 문을 닫거나 이전해서다. 도시 기능 쇠퇴로 젊은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고 출산율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인구가 급감한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교통 등 기반시설에 들어갈 1인당 부담금액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도로 상하수도 등 인프라 유지비용도 문제다. 사람들이 사는 곳을 떠나 세수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이미 깔린 도로나 상하수도 등은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것도 재정을 크게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각 지역에 흩어진 교통 학교 병원 주거 등을 한 곳에 모은 ‘콤팩트시티’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거점 지역에 도시 기능을 집중해서 도심으로 사람을 모으는 전략이다.
‘20분 도시’ 충북 증평군의 도전
2003년 괴산군에서 분리·독립한 증평군은 경북 울릉군에 이어 두 번째 작은 초미니 자치단체이지만 증평군 전체 평균 연령이 45.9세인 활력 넘치는 젊은 도시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자치단체가 인구 급감으로 존폐위기에 몰려있는 가운데 증평군은 개청 당시 3만1310명이던 인구는 21년이 지난 현재 3만7262명(10월 말 기준)으로 19% 늘었다. 청년 인구(18~39살) 비율도 24.46%로 전국 군 단위 자치단체 평균(16.08%)을 크게 웃돈다. 게다가 아파트 단지 등이 집중된 증평읍 지역에 전체 인구의 95%가 살고, 군의 도시화율도 83.9%에 이른다.
2003년 개청한 충북 증평군은 편리한 도시, 안전한 도시, 특별한 도시, 건강한 도시,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인 최적화 도시인 증가포르(증평 + 싱가포르) 완성을 목표로 ‘20분 콤팩트 도시’를 선언했다. 도보·자거·자동차 등을 이용해 20분 안에 공공시설·서비스를 누리는 자족 도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증평군이 추진 중인 ‘콤팩트 도시’는 읍내 거점에 주거·복지·문화·교육 등 공공시설·서비스를 집적화해 주민 활용도를 높이는 것으로, 일본 북부 아오모리와 중부 도야마시 등이 성공적으로 추진한 ‘압축도시(compact city)’의 일종이다.
좁은 면적과 3-4만대의 인구, 도 직할 출장소였다가 뒤늦게 지자체로 독립한 역사와 인접한 대도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 등에서 충청남도 계룡시와 비슷하다.
최근 해외에선 생활권 단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n분 도시’개념을 도입해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2019)의 ‘15분 도시’, 호주 멜버른(2019)과 미국 포틀랜드(2013)의 ‘20분 도시’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파리 '15분 도시'의 경우 자전거나 도보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까지 15분 이내 공원, 문화시설, 체육시설, 의료시설 등 공공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도시를 지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증평군은 ‘증평형 20분 도시’ 실현을 위해 다양한 도시 계획을 구상해 실현하고 있다.
군은 증평 어린이 자전거 공원, 보건복지타운, 민속체험박물관, 증평역, 증평군립도서관, 종합스포츠센터 등 도보·자전거로 20분 안에 이용할 수 있는 기존 공공 공간의 시설을 현대화했다. 증평읍을 벗어나 외곽에 자리 잡은 벨 포레 관광단지(도안면), 이웃 자치단체에 있는 청주국제공항(청주시), 중부고속도로 증평 나들목(청주 오창), 국립소방병원(음성군, 2025년 개원 예정) 등은 자동차로 20분 안에 이용할 수 있도록 도로·여건을 조성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증평군은 복합문예회관 및 작은영화관, 종합운동장을 비롯한 스포츠테마파크, 고령자 및 청년주택 조성을 통해서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주거, 문화, 체육, 생활서비스 등을 20분 이내 접근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이와 함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군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스마트도시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스마트솔루션공모사업(총사업비 25억 원)과 스마트관광마스터플랜구축사업(총사업비 50억 원)을 연계하여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영 증평군수는 “한반도 중심에 위치한 증평은 교통·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대기업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젊은 도시로 성장했다”고 소개하며 “‘20분 콤팩트 도시’로 지방 소멸을 넘어 제2의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증평군은 저출산 시대에 젊은이들이 아이들을 낳고 양육하기 좋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정책을 실행 중이다.
지난 9월 증평군의 출생아 수가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군에 따르면 9월 기준, 출생아 수는 25명으로 전월(18명) 대비 7명(38.89%), 전년 동월(14명) 대비 11명(78.57%)이 각각 증가했다. 이는 충북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군이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체감할 수 있는 돌봄 환경 조성에 주력해 온 결과이다.
전국 처음으로 군청에 행복돌봄나눔터(1호)를 만든 군은‘ 증평형 365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돌봄 전담 조직 신설과 아동 돌봄 지원 조례 제정 등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힘쓰면서 차별화된 돌봄 통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엔 출생아 증가율 전국 4위, 인구‧출생아 증가율 도내 1위를 기록했다.
이재영 증평군수는 “출생아 수 증가는 증평군이 꾸준히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라면서 “행복한 아동, 부모가 만족하는 빈틈없고 촘촘한 돌봄 체계 구축으로 아이 낳아 기르는 걱정 없는 증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증평은 기존 증평읍 지역 아파트 단지와 별도로 증평읍 송산리에 4107가구 송산지구를 조성하고 이곳에 초등학교와 돌봄센터, 영화관·도서관·복합문화예술회관 등을 잇달아 건설해 20분 콤팩트 도시 기반을 차곡차곡 만들어가는 중이다. 올해 말까지 증평읍 장동리 옛 청주엽연초생산조합 터에 공동 육아·돌봄 등이 가능한 증평 창의 파크를 조성한다.
증평군은 압축도시로 변신에 성공해 가면서 젊은층이 늘어나고 아이들 숫자도 늘어가면서 증평읍내 증평초등학교는 학생수가 무려 1,200 여명에 가까운 거대학교가 되어 분교를 해야할 실정이다.
또한 증평군은 특화된 돌봄정책을 시행하는 동시에 청년 소통 간담회, 청년 월세 지원, 증평혁신 청년일자리 사업 등 소외된 청년층에 대해서도 다양한 지원 사업을 찾고 있다. 군관계자는 “다양한 청년정책을 발굴 및 추진해 청년 인구 유입에 힘쓸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젊은 도시 증평 이미지를 제고하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말했다.
군은 이러한 지원책 외에 청년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인프라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보강천 미루나무숲에 조성한 버스킹 공연장은 자연과 함께 여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며 청년 예술가에게는 열린 공간으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또 작은 영화관, 공연장 등의 시설을 갖춘 복합문화예술 회관이 27년 준공 예정으로 청년들의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효진 증평군 기획팀장은 “콤팩트 도시 증평이 증평읍을 중심으로 교육·문화·복지, 의료 공간이 완성되고 이들 공공 서비스 공간이 군청을 중심으로 20분 안에 닿을 수 있도록 집약 되면 자연적으로 젊은이들이 돌아올 것”이라며 “이는 곧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고령화· 저출산 시대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팀장은 또한 이같이 압축도시로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자체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압축도시 문제점은
인구절벽시대에 거점도시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두를 살리려다 어떤 곳도 살릴 수 없다는 진단을 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의 원심력을 만들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별 거점을 통한 생존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국가소멸을 막기 위한 지방소멸 대책 주장은 이제 상식이 돼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지역거점도시에 대한 결론을 내기는 쉽지않다.
압축도시에 대한 우려도 있다.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효율성과 경쟁력 함정에 빠진 압축도시가 오히려 지역 간, 지역 내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도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도 "압축 도시는 오히려 지방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역설을 갖고 있다. 도시 외곽은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분명한 것은 압축도시가 성공하려면 재정이 가장 중요하다. 규제 문제도 있지만 재정을 수반되지 않으면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거점도시 논의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면 비수도권에 보다 집중된 투자를 하는 것으로 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지방 쇠퇴 혹은 소멸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정해진 미래'라면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소규모 혁신도시 추가 양산이 아니라 '압축적인 거점 개발'로 전환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수백 개에 이르는 전국 지자체를 다 살리자는 얘기는 결국 모두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한정된 재원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저출산 문제와 함께 지방 소도시가 하나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현 시점에서 압축도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큰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