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이 26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 가운데, 글로벌 시장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시설 투자, 기업 간 협력 강화 등 시장 진입 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위탁개발생산(CDMO) 및 신약개발 업계는 주력 파이프라인의 하나로 ADC 신약을 지목하고 관련 시설 확대와 기술 이전, 협력 등 사업 방향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ADC는 특정 항체와 항암제(약물 또는 페이로드)를 링커로 결합한 복합체로, 특정 표적 세포에 약물을 전달해 기존 치료법에 비해 정확하고 강력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ADC 시장은 ADC 계열 항암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가 출시 5년 만에 수조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급 실적을 내보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마켓앤드마켓은 ADC 시장 규모가 연평균 15.2%씩 성장해 오는 2028년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기존 ADC 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ADC 특성상 링커, 페이로드 등 전문화된 기술이 필요한 만큼 파트너십을 통한 연구가 활발하다.
피노바이오는 ADC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으로, 셀트리온과 손을 잡고 2종의 고형암 ADC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피노바이오는 최근 발표한 비임상 결과, ‘PBX-7016’ 페이로드 활용을 통해 폐암과 방광암에서 기존 경쟁 약물 대비 강력한 항암 효력과 개선된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계열 내 최상위(Best in class) 신약개발을 목표로 빠른 시일 내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피노바이오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보유한 항체와 피노바이오 플랫폼 파트너십을 통해 ADC 산업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리가켐바이오의 경우 와이바이오로직스와 최근 전략적 협약을 맺고 신규 ADC 물질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DLK1을 표적으로 하는 ADC 항암 후보물질인 ‘YBL-001’(LCB67)을 공동 개발해 2020년 미국 픽시스 온콜로지(Pyxis Oncology)에 성공적으로 기술을 수출한 바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서는 이중항체 기반 항체 접합체 등 기존 ADC 신약의 한계를 넘어선 혁신적 신약을 찾아낼 계획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100건 이상의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며 “활발한 오픈이노베이션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ADC 치료제를 연구 중인 한 제약기업 관계자는 “ADC 개발은 약물 독성을 낮추고 환자마다 다른 약물 반응을 해결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며 “이는 효율적인 결합 기술과 약물 전달 시스템 혁신에 달렸다”고 짚었다. 이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해야 하는 복잡한 기술인 만큼 다수의 연구기관, 제약사 간 공동 연구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며 “전략적 파트너십은 향후 ADC 치료제 개발 외에도 보편적 신약개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CDMO 업계는 ADC 기술이 상용화에 가까워지면서 대량 생산을 위한 시설 확장에 나섰다. 특히 업계는 미국 ‘생물보안법’의 영향으로 중국 기업이 시장에서 철수함에 따라 CDMO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DMO 업계 관계자는 “ADC 및 기타 바이오접합체 기술들이 성과를 보이며 바이오접합체 분야의 강력한 성장이 예견된다”며 “미국 생물보안법을 통한 중국 기업 압박 등으로 시장이 격변하면서 CDMO 기업들이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도 ADC 제조 시설 확장으로 분주하다.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CDMO 생산 캐파를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제조 서비스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과 제2바이오캠퍼스를 건설하며 연내 ADC 전용 생산시설을 완공할 방침이다. ADC 공장에는 500L 링커 접합 반응기와 정제 1개 라인이 구축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송도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 중이며, 미국 시러큐스에 위치한 생산시설을 늘려 ADC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내년 1분기 제조품질관리(GMP) 승인을 위한 가동 준비를 마치고, ADC CDMO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협력과 기술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연내 CDMO 자회사를 설립하고 자체 ADC 치료제 개발에서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내년 중 설비 증설을 시작,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2029년 첫 상용화를 목표로 ADC 치료제 3종을 선정해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