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겨울옷 선물 받고 "메리크리스마스"

가로수 겨울옷 선물 받고 "메리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 기쁨을 시민들과 함께 
- 종로5가 일대 따뜻한 겨울옷 입은 가로수들 눈길 
- 따뜻한 옷 입은 나무들… ‘성탄 메시지’ 전해

기사승인 2024-11-27 06:00:08
스산한 바람과 함께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히 내린 26일 저녁 종로5가 거리를 시민들이 따스하게 겨울 옷을 입은 가로수를 바라보며 지나고 있다. 지난해 종로5가 대학로에서 30여그루의 가로수에 옷을 입혔던 크리스마스 트리니팅(Tree Knitting· 나무 뜨개 옷 입히기)이 올해에는 60여그루의 나무에 따스한 겨울 옷을 선하했다.

- 갑자기 추워진 날씨지만 시민들 마음 따뜻해져
- 크리스마스 트리니팅, 올해 60그루로 확대
- 30여 명 자원봉사자들 지난 9월부터 뜨개질

찬바람이 불어오면 대형 백화점을 비롯해 공공장소에는 화려한 성탄장식이 불을 밝힌다. 스산한 바람과 함께 늦가을비가 내리면서 겨울을 재촉한 26일 퇴근시간 종로5가에 따스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겨울 가로수를 보호하기 위해 기둥에 뜨개질한 옷을 감싸는 트리니팅에 성탄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종로5가 대학로에서 시작한 크리스마스 트리니팅(Tree Knitting· 나무 뜨개 옷 입히기)이 올해에는 그 수량과 지역을 확대해 돌아왔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나무에 손뜨개 옷을 입히는 트리니팅 활동은 화려하고 모양과 장식이 아름다워 시민들의 호응도 좋다. 올해는 종로5가 대로변 가로수까지 확대하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니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서울 종로5가 가로수에 성탄 메시지가 표현된 트리니팅이 꾸며져 있다. 

퇴근 후 운동을 위해 한 주일에 2~3회 종로 5가에 온다는 오윤아(30·경기 구리)씨는 “무심히 걷다가 기자님이 사진 찍는 가로수를 보니 예쁜 트리들이 눈에 들어왔다”면서 “크리스마스 트리하면 반짝거리는 것만 본 것 같은데 손뜨개질로 한 것을 보니 정성껏 뜨개질 한 분들의 따스한 마음까지 느껴지면서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연합 기관들이 모여 있는 종로5가와 대학로의 가로수 60그루가 빨간색과 녹색이 어우러진 예쁜 성탄 옷을 입고 겨울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반기고 있다. 거리의 나목들이 자신들의 몸매에 맞춰 짠 온기 가득한 예쁜 손뜨개질 털옷을 입었다. 뜨개 옷은 나무가 병충해로부터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나무에 입힐 뜨개 옷을 만들고 있다.

가로수에 겨울옷을 입히는 ‘크리스마스 트리니팅’은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지난 9월부터 일 주일에 한 번씩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연동교회에 모여 뜨개질 작업을 진행했다. 나무 옷마다 손뜨개로 한 코 한 코 정성스럽게 엮어낸 자원봉사자들의 정성과 따뜻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9월부터 트리니팅(나무 뜨개옷 입히기)을 통해서 성탄의 평화와 소망을 나누고 전하는 일에 함께 했다.

연동교회 앞 플라타너스에 자신이 뜨개질한 뜨개 옷을 손질하고 있던 이수경(45· 위례신도시)씨는 “지난 3개월가량 스케치를 하고 주제를 정해서 한 땀 한 땀 뜨개질을 하면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면서 “성탄의 평화와 소망을 나누고 전하는 일에 함께 할 수 있어 보람되었다”고 말했다. 
예장문화법인허브 주관, 서울특별시와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화문화법인의 후원으로 종로5가 일대의 인근 나무60그루에 예쁜 성탄 뜨개옷을 입히는 ‘크리스마스 트리니팅’을 진행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니팅을 기획하고 진행한 예장문화법인허브 손은희 목사는 “서울시의 종교문화예술 향유 확대를 위한 2024년 종교단체 지원 사업으로 기획된 트리니팅은 상업적으로 변해버린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찾고, 기독교적 크리스마스의 문화를 확산하고자 종로 5가 거리의 나무 60그루에 ‘트리니팅’을 진행했다”면서 “트리니팅 작업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자연을 지키고 보호하는 생태환경적인 의미와 함께 털실 손뜨개로 시민들과 화평과 행복을 나누고 싶은 소망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주용 연동교회 목사는 “성탄 문화가 상업적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시민들에게 진짜 성탄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해 트리니팅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누가 입어도 멋질 것 같은 털옷을 선물받은 가로수들이 성탄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선악과를 표현한 사과’와 ‘세상의 빛을 상징하는 초’, ‘생명의 떡과 빵’, ‘동방박사가 타고 오는듯한 낙타와 세 가지 예물’, ‘성탄절을 상징하는 색과 교회의 형상’ 등 성탄의 소재를 아름답게 표현해 오가는 시민들에게 예수탄생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찬바람 부는 거리의 가로수가 털옷을 입고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성적 효과는 지나가는 시민들의 마음속에 새겨진다. 어두운 거리에 예쁜 옷을 입은 나무들이 상점에서 새어나오는 불빛과 자동차 불빛을 받으며 새로운 거리풍경을 연출한다. 몸을 움츠리며 지나가던 시민들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손뜨개 작품을 바라보며 성탄의 의미를 되새긴다.

직장에서 퇴근하던 나태식(58·서대문구) 씨는 “뜨개질 옷을 입은 나무를 보니 어린시절 늦은 밤까지 어두운 전등 밑에서 뜨개질로 형제들의 겨울옷을 만들어 주신 어머니가 생각나 눈물이 핑 돌았다”면서 “조만간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뵈어야겠다”고 말했다.

연동교회 김주용 위임목사(48)는 “세상 속에서 점점 크리스마스 문화가 사라져 가는 때에 거리에 트리니팅으로 꾸며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를 세상에 널리 알리려고 하는 뜻이 있다”면서 “자원봉사자들이 뜨개질해서 만든 트리니팅은 친환경적 성탄 장식이자 추운 겨울날 나무의 건강을 지키는 생태적 신앙 실천이며 소비중심의 성탄 시즌이 환경을 지키고 세상을 섬기는 크리스마스 문화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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