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이사회를 거쳐 임시주주총회를 내년 1월23일로 확정한 가운데, 표 대결을 앞두고 주주 마음을 잡기 위해 양측 모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앞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청구한 임시주총을 1월23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고려아연 이사회는 MBK 연합이 추천한 이사진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으며, 과다 겸직 문제 등 일부 인사들에 대한 보완 자료를 요청한 끝에 이날 임시주총 일자를 확정했다.
임시주총에선 MBK 연합이 제시한 14명의 이사 선임 안건,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일부 개정의 건이 의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MBK 연합 측은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사외이사 12명과 강성두 (주)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려 하고 있으며, 이사회 외에 대표집행임원(CEO), 재무집행임원(CFO), 기술집행임원(CTO) 등 집행임원을 두는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이사회 의장과 회장을 분리하고, 본인이 맡고 있는 의장직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히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또, 해외 투자자·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외국인 사외이사와 기업설명(IR) 전담 사외이사 임명 등도 안건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위한 MoM(Majority of Minority Voting) 제도를 정관에 도입하는 안과, 분기 배당과 배당 기준일 이전 배당 결정을 통해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등 주주환원정책 확대를 선언했다. 고려아연은 빠른 시일 내 다음 이사회를 열고 이러한 안건들을 확정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권리 행사가 가능한 주주를 확정 짓는 주주명부 폐쇄일은 이달 20일까지다. 때문에 영업일 기준 13일이라는 시간 동안 추가 장내매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앞서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 확보한 MBK 연합은 공개매수 종료 이후에도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 1.36%를 추가 취득해 총 39.83%를 확보했다. 최 회장과 우호 세력 지분은 총 약 34.65%로 추산되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7%를 가진 국민연금공단 등 제3자 ‘캐스팅보트’ 역할이 중요해진 가운데, 양측은 개인주주 등 우호 세력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여론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주주환원정책 수립과 더불어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통한 국가기간산업 보호 명분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정부로부터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받은 이후, 전략광물자원인 안티모니 제련 기술과 아연 제련 독자기술(Hematite공법)에 대해서도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한 바 있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인수합병, 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정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고려아연은 MBK 연합이 인수 이후 중국 등 해외 자본에 매각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으며, MBK 연합 측은 향후 중국에 매각할 일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최 회장은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간 울산광역시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김두겸 울산시장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울산 지역은 김 시장을 중심으로 향토기업 고려아연을 지키겠다며 ‘1인 1주 갖기 운동’ 등 최 회장 측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MBK 연합은 꾸준히 지적받고 있는 영풍의 실적 부진, 사모펀드의 엑시트(매각 등) 방안, 중국 등 해외 자본 유입 논란 등에 대해 해명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에 MBK는 이날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설명하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령 여파로 잠정 연기됐다. MBK 측은 빠른 시일 내 추후 일정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