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이 정국을 휩쓴 가운데 ‘48시간 내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하겠다’는 내용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두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들끓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5일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자유 헌정 질서를 파괴한 윤석열 대통령, 당리만을 추구하는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의료개악을 중단하고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하라.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발동하고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포고령을 선포한 데 따른 반발이다.
대전협은 “6시간 만에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이번 계엄은 조악한 정책 추진과 위헌적 폭압을 일삼아온 윤석열 독재의 반복이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의료 정책을 강요했고 업무개시명령을 휘두르며 거역하는 자는 굴복시키려 했다. 전공의는 병원을 그만뒀고 학생은 학교를 떠났는데 윤 대통령은 또다시 이들에게 총구를 겨눴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결정한 건 정권 재창출이라는 당리당략만을 추구한 결정이 아니냐”라며 “지금은 대통령의 독선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다.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사령부가 내린 포고령에 ‘이탈 전공의 처단’이라는 표현이 담긴 경위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대전협은 “우리는 반민주적 계엄을 실행한 독재 정권과 대화할 수 없다. 계엄령 선포와 포고령 작성의 진상을 규명하라”면서 “전공의를 특정해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것을 사과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의대생들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민주주의·헌정질서 파괴’로 규정하고 의료개악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40개 의대 학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 모두 반국가세력이고 파업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자폐적 의식이 반영된 결과였음이 널리 드러났다”고 짚었다.
의대협은 “한덕수 국무총리,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각종 청문회와 언론에서 말할 수 없다고 말한 ‘전공의·의대생 복귀 플랜 B·C’는 계엄령이었던 것이었나”라며 “극렬한 저항이 우려됐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면 계엄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이 자랑스럽게 말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은 국민의 안녕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리보전만을 모색하며 불가침의 헌정질서까지 파괴했다”며 “정부는 과학적 근거 없이 대통령실의 야욕을 위해 10개월간의 명령을 계엄으로 완성시키려 했던 의료개악을 즉각 철회하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지난 10월2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전공의 미복귀 대책에 대해 플랜 B·C를 언급한 바 있다. 조 장관은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전에도 말했지만 플랜B가 있다. 우선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가장 시급하다”면서 “플랜B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보고할 것이다. 공개하면 (의료계와) 협상 자체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