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에는 국제 학생(유학생)이 많은 편이지만, 국내 학생에 비해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원활하게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제 학생들은 안전에 대한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외대 오창화 총학생회장)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해제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대학가에 비판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총학생회공동포럼)은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스타광장 앞에서 ‘비상계엄 대응을 위한 전국 대학 총학생회 긴급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비상계엄은 명백한 반헌법적, 반민주적인 조처로 결코 용납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총학생회공동포럼에는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7개교가 참여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길거리를 지나던 대학생들도 현장에 참석해 뜻을 함께하기도 했다.
각 대학 총학회장은 ‘비상계엄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먼저 발언에 나선 백범준 고려대 중앙집행위원장은 “선배들이 피로써 지켜내고 우리의 후배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 정의, 진리를 찬탈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목격했음에도 침묵한다면, 역사와 후세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민주주의를 억압하려는 모든 압제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양태규 GIST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정부가 그동안 총학생회에 말해오던 꾸준한 소통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형진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이번 비상계엄은 반헌법적인 폭거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할 가장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이 대화와 토론,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국정을 운영하기는커녕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을 동원해 총을 들고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비상계엄 조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배신행위’라고 규정했다.
비상계엄으로 대학의 학문적 자유가 침해됐다는 쓴소리도 쏟아졌다. 김석현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후보 시절 표하신 대학생에 대한 공감은 어디로 사라졌나”라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 대학생의 학문적 자유가 훼손됐다. 언론과 출판을 통제하고 동시에 국민 알 권리가 사라진다면 대학생은 대체 어느 창구로부터 진실의 정보를 추구하고 학문적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계엄령으로 비롯된 위기의식은 한국 교육과 대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창화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대학 소속 국내·국제 학생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우려한다”며 “비상계엄은 세계에 충격을 주었으며, 세계와 함께 하는 대학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총학에 따르면 이번 계엄 사태 때 혼란을 막기위해 즉각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번역해 국제 학생들에 배포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서강대학교 1학년 학생은 “계엄은 전시 상황에 준하는 때를 위한 정치인데, 그럴 상황이 아닌데도 한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 헌법, 법률을 위반하며 남용한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교 2학년 학생도 “대학생의 목소리를 내고 규탄의 뜻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 (현장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대학가의 탄핵 바람은 곳곳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전날 학생총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안건을 98.4% 찬성으로 의결했다. 건국대 숙명여대 홍익대 등에서도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나왔다. 연세대, 한양대, 경기대, 서울교대 등은 6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 탄액소추안 표결이 예상되는 7일에는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과장에서 대학생 시국대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