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스팸 근절을 위해 문자 발송 업체의 자격을 강화하는 ‘문자재판매사 전송자격인증제’(인증제)가 본격적인 첫발을 뗐다. 불법스팸 차단의 기틀이 마련됐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방송통신이용자보호협회(KCUP)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663개사가 인증제 신청을 완료했다. 지난 6월 이후 문자재판매사업을 하려는 신규 사업자는 인증을 받은 후 광고성 문자를 발송해야 하며, 기존 사업자는 지난달 30일까지 인증을 받아야 했다.
이는 불법스팸을 막기 위한 업계의 ‘자율규제’ 방안이다. 광고·정보성 대량 문자는 통신사와 문자중계사, 문자재판매사 등을 거쳐 전송된다. 문자재판매사가 개인·기업으로부터 광고·정보 문자를 발송해달라는 의뢰를 받으면, 이를 문자중계사를 통해 발신한다. 문자중계사는 통신3사의 통신망에 시스템을 연결, 직접 발송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9월 말 기준, 문자재판매사는 1168곳, 문자중계사는 10곳이다. 문자재판매사는 진입장벽이 낮아 다수의 업체가 난립, 불법스팸 발송 등을 묵인·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현재 인증 신청을 하지 않은 문자재판매사에 ‘페널티’를 부여하고 있다. 이달까지는 1초당 대량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속도 또는 물량을 기존보다 50% 감축한다. 다음 달부터는 대량 문자를 아예 보낼 수 없게 된다. 기준 이상의 불법스팸을 발송한 문자재판매사에는 인증 보류를 통보, 재신청을 하게끔 하고 있다.
실제로 인증제가 ‘거름망’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존의 절반가량인 663개사만 인증제 신청을 완료했다. 현재 하루 1건 정도 뒤늦은 신청이 접수되고 있지만, 불법스팸을 주로 보내던 재판매사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인증 과정에는 서류 심사뿐 아니라 현장 실사 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제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불법스팸 발송량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의도적으로 불법스팸을 보내던 문자재판매사는 인증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업을 접지 않았나 싶다”며 “업계에서도 스팸이 늘어나게 되면 업계 전체가 질타를 받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문제도 있다. KCUP에 따르면 현재 8명이 2인1조 또는 1인1조로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신청부터 심사까지 2주가량이 소요됐으나 11월 말부터 신청이 몰리며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 모든 심사가 완료되려면 향후 2~3개월은 더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숙제다. 업계에서는 계약에 근거해 불법행위·시장질서 교란 등이 있을 때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인증제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명확한 법률적 근거는 없다. 서비스가 차단된 문자재판매사에서 영업방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KCUP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인증제 법제화를 추진 중”이라며 “불법스팸 문제가 심각해 자율규제를 통해 먼저 선제적 조치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