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재적의원 3분의2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최종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의원 전체가 표결에 불참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안을 부결시킨 국민의힘을 내란 공범이라고 몰아 세웠다.
7일 국회 본회의에는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안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등 2건의 안건이 상정됐다. 첫 안건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은 재적의원 300명 중 찬성 198표, 반대 102표로 부결됐다. 두 번째 안건인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여당의 집단 불참으로 표결 처리에 난항을 겪었다. 당초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안철수 의원과 추후 표결에 나선 김예지·김상욱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표결을 회피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당의 집단 표결 불참에 투표 시간을 계속해 지연하다가 오후 9시20분경쯤 표결 종료를 선언했다. 여당 의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노력이었지만 무산된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표결을 피한 여당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백방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의원들이 후배들을 배신자 프레임으로 겁박한다”며 “나중에 국민 앞에서 어떻게 정치하려 하냐”고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물리력으로 여당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막고 있다는 ‘감금 의혹’도 제기됐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물리력을 사용해 당 의워탄핵 표결을 막는다는 내용의 SNS를 올렸다. 이에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물리력으로 투표를 막는다고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의원들이 모인 것을 투표방해 행위라고 주장한다”며 “우리 당 의원들은 누구한테 방해받지 않는다. 표결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8일 자정 넘어서까지 투표 시간을 유지하겠다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영하 날씨에 국회 주변에 모인 시민을 생각해 이날 오후 9시20분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 그는 “명패 수를 확인한 바 총 195개로 의결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2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종 부결을 확인하고 퇴장하던 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의 빈자리를 보고는 “국민의힘이 내란에 동조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뱉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분을 참지 못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여야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끝난 직후 즉각 각기 입장을 냈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공포를 겪은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여당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법적인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그러나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 마비와 헌정 중단의 비극을 되풀이할 수 없다. 8년 전 대통령 탄핵이 남긴 것은 극심한 분열과 혼란”이라고 했다.
또 신 원내수석대변인은 “임기 단축을 포함한 정국 운영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에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며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해서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의 입으로 활약했던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과 조지연 원내대변인, 박준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후에 대변인직 사의를 표명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사의를 표명했으나 재신임을 받았다.
민주당은 본회의 산회 직후 즉각 규탄대회를 열고 여당에 대한 강한 경고장을 날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반드시 내란·군사 반란행위에 관해 책임을 묻겠다”며 “크리스마스까지 이 나라를 지키고 정상화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 임기가 이어지면 경제·외교·안보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 하루빨리 퇴진시키는 게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며 “매주 토요일 탄핵·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국회 앞 대규모 집회에 나선 시민들은 탄핵안 부결 소식에 격노했다. 정족수 미달로 표결이 무산되자 “국민의힘을 해체하라”는 고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여의도 집회에는 경찰 추산 15만여명이 모였다.
광화문에서 집회에 돌입한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에 환호했다. 이 집회에는 경찰 추산 2만여명이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찰은 집회에서 소요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국회를 주변 질서유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