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어떻게 했는지, 당시 어떤 감정이었는지 모두 잊어버렸어요. 벌써 7년 전이네요. 커리어에 있어, 아직 배고픕니다. 젠지e스포츠로 이름이 바뀐 다음 아직 롤드컵 우승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 선수들과 예쁜 우승 스킨을 꼭 만들어보겠습니다.”
젠지의 영원한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이 돌아왔다. 영구결번이었던 자신의 등번호 1번을 다시 등에 달았다. 쿠키뉴스는 9일 서울 강남구 젠지 사옥에서 친정팀으로 복귀한 박재혁을 만났다.
2016년 삼성 갤럭시(현 젠지)에 입단한 박재혁은 이후 팀 프랜차이즈 스타로 발돋움했다. 2017년 롤드컵 때, 경기 내내 맹활약을 펼치며 파이널 MVP에 선정된 순간은 그의 커리어 중 백미다. 2022 LCK 서머 우승과 함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로 뽑힌 그는 이듬해 중국으로 향했다. 박재혁은 징동 게이밍에서도 여전히 1옵션으로 팀을 이끌었다. 2023년 LPL 스프링·서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을 휩쓸었다. 2024시즌까지 징동 소속으로 뛴 박재혁은 2025년을 앞두고 젠지로 복귀했다.
2년 간 중국 생활은 어땠냐고 묻자, 박재혁은 “타국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언어, 문화, 음식 등 불편한 점이 있었다”며 “경기가 없을 땐 아무것도 안 했다. 방에만 박혀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솔직히 외딴섬에 있는 느낌이었다. 극악의 환경 속에서 이 정도면 잘하고 온 것 같다. 10점 만점에 9.5점을 주고 싶다.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크다”고 말했다.
박재혁은 “LPL에서 많은 걸 배웠다. 생각보다 교전 중심적인 리그가 아니더라. 확실할 때만 교전을 펼친다. 운영도 뛰어난 팀이 많다”면서 “다만 LCK보다 전투를 즐겨하고, 또 잘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절대 지지 않으려 한다”고 LPL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원거리 딜러 운영법을 터득했다. 생존에 관련된 부분이다. 한타 때 어떻게 하면 더 생존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내년까지 중국에서 뛸 줄 알았다”던 박재혁은 “FA로 풀리면서 LCK 복귀를 타진했다. 무조건 젠지가 1순위였고, 서로 잘 얘기가 돼서 다시 돌아오게 됐다”고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또 “사실 젠지 유니폼을 입고 이렇게 인터뷰하는 게 아직 어색하다. 통역사가 옆에 있어야 할 것만 같다”며 웃었다.
박재혁은 “밖에서도 젠지를 쭉 지켜봤다. 제가 나가고 나서 더 강해진 것 같더라. LCK 우승도 계속 하지 않았나”라며 “롤드컵 결과가 아쉬웠지만, 확실한 강팀”이라 고평가했다.
젠지는 2025시즌에도 ‘기인’ 김기인, ‘캐니언’ 김건부, ‘쵸비’ 정지훈과 함께한다. ‘페이즈’ 김수환, ‘리헨즈’ 손시우가 나갔으나 빈자리를 박재혁과 ‘듀로’ 주민규로 채우며 전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다들 잘하는 선수라 걱정은 없다”고 단언한 박재혁은 “민규와 호흡이 중요하다. 민규는 다음 시즌 키플레이어다. 이니시가 뛰어난 서폿이라는 건 알고 있다. 앞으로 잘 맞춰갈 예정”이라며 “민규랑 친해지고 있다. 저한테 장난을 많이 치더라. 친구 같은 분위기를 선호해서 더 편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재혁은 한국 복귀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젠지는 리그 내에서 계속 결승을 가고, 우승하는 팀이다. 제가 인정받으려면 최소 우승을 거둬야 한다는 의미”라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다. 부담감이나 어려움 없이 생활하면 재미없지 않나”고 미소 지었다.
만남이 기대되는 팀으로 T1과 한화생명e스포츠를 꼽은 박재혁은 ‘페이커’ 이상혁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오픈했다. 그는 “상혁이형과 숙소 근처에서 두 번 만났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안녕하세요’라고 하더라. 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기분 좋았다. 대회 때 만나면 얼마나 재밌을까”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박재혁은 복귀 과정에서 젠지와 e스포츠 산업에서 보기 드문 장기 계약을 맺었다. 3년 동안 젠지 선수로 뛰게 된 그는 “3년 뒤에 은퇴할 수도 있다. 정확히는 은퇴 가능성이 크다. 3년 계약 동안 많은 우승 트로피가 쌓여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끝으로 박재혁은 “젠지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이렇게 복귀해서 기쁘다. 제가 기쁜 것보다 팬들은 더 기쁠 것 같다. 팬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싶다. 3년 동안 질리지 않는, 재밌는 경기 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