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무위원회 의원들이 갑작스러운 국내 증시 폭락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의 하방 리스크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하루빨리 근본적인 원인 해소를 통해 추가 하락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등 야3당 정무위원회 국회의원들은 한국거래소에서 자본시장 현안대응 및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불성립된 이후 주가 급락 사태가 발생하자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국회 차원에서 점검하기 위함이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정무위 간사)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경제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날 환율은 17원이나 오르면서 1440원을 향해 가고 있고, 주식시장에서는 144조원이 증발해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무엇보다 비상계엄과 탄핵 거부 사태로 국가 신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불안정하면 서민금융도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 주권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을 서슴지 않는 나라에 누가 투자하겠나. 파괴된 민생과 경제를 회복하고, 조속히 안정시킬 방안을 고민·토론하면서 입법 정책화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줄곧 하락세를 선보였다. 비상계엄 직후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5.6%, 9.2% 급락했다. 특히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전 세계 93개 증시 가운데 코스피는 92등, 코스닥은 93등으로 글로벌 최하위 수준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외환시장도 불안정하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22년 하반기 원·달러 환율 고점은 1450원을 기록했다. 전날 서울외환거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7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야간시장에서 1450원에 근접한 1442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날 주식 시장 현황 브리핑을 맡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비상계엄 이후 외국인 이탈은 사실이나, 다행스럽게도 공격적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계엄 이전인 11월말 정도에 굉장히 팔아치웠기 때문”이라며 “최근 주가 급락은 개인투자자의 투매 영향이다. 굉장히 불안한 투자 심리를 투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환시장도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불안 여파를 맞았다”며 “다만 채권시장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효과와 연말을 앞두고 대부분의 기업이 자금조달을 진행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라고 부연했다.
김 센터장은 무엇보다 향후 경기의 흐름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부 기관들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최저 1.7%까지 낮춰 보고 있다. 지난 1960년대 경제 개발을 시작한 이후 성장률이 1%가 나온 것은 작년밖에 없었다”며 “내년에 성장률이 1%대로 나오면 역대 5~6번째로 낮은 성장률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성장률 전망치가 더 하향될 여지가 있다는 게 김 센터장의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등 내수를 구성하는 항목들도 굉장히 안 좋다”며 “투자는 정치적·사회적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내년에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성장률은 지금 눈높이보다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센터장에게 증시 회복을 위한 금융당국 방안과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주가에 미치는 여파의 해결책 등을 집중 질의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금융당국의 10조원 증안펀드가 실효성이 있는지, 작금의 상황에서 증시 안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의했다. 김용만 민주당 의원의 경우 GDP 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이 비상계엄 사태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질문했다.
김 센터장은 “사실 정책 자금이 언제 시장에 개입하느냐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고 본다. 다만 증안펀드 자체가 큰 방파제 역할은 아닐 것”이라며 “공동체와 정치가 시급히 불확실성을 완화시켜주는 게 필요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GDP 관련 질의에 대해서는 “과거 노태우 정권 시기 증시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 발권력을 동원한 적이 있었으나 소용은 없었다”며 “일시적으로 증시 하락을 막을 수는 있어도 본질적인 펀더멘털 흐름을 제고하거나 불확실성을 완화해 주지 않으면 어떤 개입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야3당 의원들은 현장점검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 상황을 빨리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 외에는 답이 없다고 언급했다. 주식시장이 투자심리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탄핵소추안의 조속한 통과를 통해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