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 “서민금융, 불법 단속보다 공급에 힘써야” [인터뷰]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 “서민금융, 불법 단속보다 공급에 힘써야” [인터뷰]

‘불법사금융과의 전쟁’, 법적기반 마련했지만 근본 원인 해결 못했다
“저신용 서민 접근 가능한 ‘합법적’ 금융서비스 우선적으로 늘릴 필요 있어”
‘포용금융’ 필요한 시대 왔다…“양적·질적 성장 동시에 이뤄내야”

기사승인 2024-12-13 06:00:05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불법사금융의 근절보다 앞서 서민금융 공급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동운 기자

“현 정부의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단속 중심 정책의 한계와 근본 원인 해결 부족이라는 문제점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단속과 규제를 넘어 서민들이 합법적인 금융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불법사금융의 재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최근 서울시 관악구 서민금융연구원에서 만난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이같이 평가했다. 단속과 규제를 통한 ‘원천 차단’보다 저신용 서민들이 자금을 구할 수 있는 통로를 먼저 열어줘야 이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견해다.

‘불사금과의 전쟁’, 법적기반 마련 좋지만 근본 원인 해결 못했다

안 원장은 먼저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에 대해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TF 출범 이후 강력한 규제와 단속으로 경각심을 심어주는데 성공했고, 대부업법 개정과 채무자보호법 제정이라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는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긍정 평가를 했다. 

그러면서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관련 상담 및 신고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 보완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며 “이는 단속 중심의 정책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되짚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법사금융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서민들이 합법적 금융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불법사금융을 차단하려면 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이용 가능한 금융 대체재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극저신용자를 위한 정책 금융 상품의 재원이 부족하고, 신청 과정이 복잡해 많은 서민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민금융 대출 상품의 재원을 늘리고,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더 많은 서민이 합법적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신용 서민 접근 가능한 ‘합법적’ 금융서비스 우선적으로 늘려야”

안 원장은 저신용 서민들을 위한 금융공급 방안에 대해 우선 근본 원인 해결을 위한 정책 강화가 선제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민들이 합법적 금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우수 대부업체의 선정 기준을 완화하고,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대부업체와 협력해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상품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풍선 효과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탄력적 금리제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안 원장은 “현재 대부업권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리 상승, 자금 조달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 악화 상황에 처해 있다”며 “여기에 최고금리가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일부 대부업체가 합법적으로 영업이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했음에도 대출 이자율을 20% 이하로 제한받아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게 대부업권의 현실”이라며 “대부업권의 정상화를 위해 보다 세밀하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만큼 20%로 고정된 법정 최고금리를 금융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해 이들이 합법적인 선에서 자금공급을 이어갈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안 원장은 “미등록 대부업자를 명확히 ‘불법사채’로 명명해 등록 대부업체와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이 합법적 금융과 불법사금융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호 서민금융연구원 이사(왼쪽),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가운데), 남경현 서민금융연구원 부원장(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포용금융’ 필요한 시대 왔다…“양적·질적 성장 동시에 이뤄야”

안 원장은 서민금융의 기능적인 자금공급을 넘어 ‘포용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용금융은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총체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안 원장은 “포용금융은 단순히 저소득층이나 저신용자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지속적인 사회적 경제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를 위해 금융기관이 공공성을 강화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용금융 정착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는 민간 금융기관이 포용금융에 적극 참여하도록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하고, 핀테크를 통한 포용금융 확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포용금융의 성공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성과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포용금융의 방향성에 대해 안 원장은 대부업체와 서민금융 기관 간 협력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두 기관의 협력을 통해 금융 지원 외에도 복지와 고용을 연계한 종합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며 “대부업체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는 창업자에게 복지 서비스와 고용 지원 프로그램을 연결해 채무 상환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한다면 금융서비스의 질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원장은 “결론적으로 서민금융은 단순히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 금융회사, NGO, 지역사회 간 협력과 사회적 연대가 필수적이며, 민관 협력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민금융연구원은 ‘금융 소외 없는 따뜻한 세상’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2017년 9월 발족된 금융위원회 인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서민금융 종합 전문 연구기관으로 포럼 개최 및 금융교육과 상담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포용금융’이라는 책자를 발간해, 포용금융의 14개 이슈를 제기하고 각 분야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안용섭 원장은 1982년 한국은행에 입사해 외환위기 이후 금융감독원으로 자리를 옮겨 감독·검사 업무를 담당한 후 전주출장소장을 역임했다. 2015년 금감원을 나온 뒤 금감원 민원전문역, 서민금융진흥원 위촉강사, 저축은행 상근감사 등을 거쳐 2023년 서민금융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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