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국정 운영이 국무총리 대행 체제로 돌입, 사실상 군통수권자가 부재한 가운데 한국 방위산업의 글로벌 신뢰도 제고를 위해 민·관·정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17일 오후 방위사업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현대로템,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 CEO들과 비공식적으로 만나 그간의 성과 점검 및 현 정국에 대한 업계 의견을 교류한다.
특히 방사청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려 연내 타결이 예상됐던 폴란드 정부와의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에 차질이 전망된다는 우려가 나오자 석종건 방사청장이 지난 9~11일 직접 폴란드를 찾아 방산 수출 관련 협조를 당부하는 등 수출 확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방산업계 안팎에선 현재 추진 중인 방산 수출 사업에 탄핵 정국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동시에, 향후 있을 프로젝트 및 협력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비상계엄 당시 자신들과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에 대해 미국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4~5일 워싱턴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한미 제4차 핵협의그룹(NCG) 회의 등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미국은 방산업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우리 입장에선 방산협력이 1순위로 필요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간 노력해온 세일즈(sales) 효과도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달 초 방한했던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계엄 여파에 지난 4일 예정됐던 KAI의 경남 사천 사업장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당초 KAI의 한국형 기동헬기 생산 현장 등을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 여파에 조기 귀국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역시 국내 방산업체들과의 비공개 면담 일정을 취소 및 무기한 연기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G2G(정부 대 정부) 특성을 띠는 데다 자금·금융조달의 규모도 커 정부 고위급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계엄 여파로 군통수권자 부재는 물론, 당분간 이러한 역할을 맡아줄 사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장 국내 방산업계에 영향이 있거나 하진 않겠지만, 하루빨리 정국이 안정돼 그간 노력해온 방산 세일즈 효과를 계속 이어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방산 수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기관·기업에서도 대응에 분주하다. 국내 주요 방산기업의 사업장이 다수 위치한 경남도는 최근 ‘산업분야 안정대책 특별팀(TF)’을 구성, 원전 및 방산과 관련된 현장상황총괄팀, 수출·금융지원팀, 기업지원팀을 운영해 현장 점검 및 정부 동향에 신속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방산 역량 강화를 위해 마이클 쿨터(Michael Coulter) 전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쿨터 내정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해 한화그룹의 글로벌 방산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특히 그는 기업에 합류하기 전,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수석 부차관보 등 정부 핵심 보직을 수행해 ‘트럼프 2기’ 체제 속 한국 방산 수출의 핵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 관계자는 “해외 방산협력 활동은 국내 상황과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며, 주요 국가와도 평상시와 같이 협력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방사청은 최근 주요 협력국가를 대상으로 ‘방산협력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것이며, 국내 방산업체들의 활동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방사청장 명의 서한을 발송하는 등 방산협력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계획된 방산수출을 포함한 해외정부와의 협력일정도 정상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