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트럼프와 파월…재충돌 속 금융시장 영향은

엇갈리는 트럼프와 파월…재충돌 속 금융시장 영향은

“기준금리 조절” 파월 ‘매파 발언’에 가상자산·나스닥 동반 하락
‘트럼프 1기’ 대립 구도 재현되나…물밑에서는 이미 갈등 시작
한국은행 진퇴양난…‘강달러’ 영향 속 통화정책 여력 더 줄었다

기사승인 2024-12-24 06:00: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오른쪽).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통화 완화 정책을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금융통화정책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특히 ‘친 가상자산’을 천명한 트럼프 당선인의 정부 출범 전부터 파월 의장이 강경한 발언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두 수장의 갈등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조절” 파월의 ‘매파 발언’에 가상자산·나스닥 동반 하락

24일 가상자산 업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의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3일 오후 4시 기준(한국시간) 비트코인의 가격은 9만5007달러에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24시간 전 대비 1.70% 떨어진 수치이며, 일주일 전 대비 9.54%나 하락했다.

알트코인의 대장주 이더리움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기간 이더리움의 거래가는 3287달러로 24시간 전 대비 1.73%, 일주일 전 대비 17.24% 하락했다.

가상자산의 하락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p 내린 뒤 이어간 ‘매파적 발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dot plot)를 통해 내년 중 금리를 0.25%p씩 2번 더 인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으로 받아 들였다. 

여기에 파월 의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한 ‘비트코인 전략 준비금 도입’ 준비 의사에 “관여할 의사가 없다”며 못박으면서 가상자산의 하락세는 더 가속화됐다. 파월 의장은 18일 “우리는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없다”며 “(가상자산 관련) 정책이 바뀌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것은 의회가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상자산 뿐 아니라 미국 3대 주가지수도 약세를 보였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37p(0.04%) 오른 42,342.24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5.08p(0.09%) 내린 5,867.08, 나스닥종합지수는 19.92p(0.10%) 밀린 19,372.77에 장을 마쳤다. 특히 나스닥의 경우 지난 18일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3.5% 하락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대립 구도 재현되나…물밑에선 갈등 시작

파월 의장의 강경 발언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트럼프 1기’ 시절 갈등 구도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때부터 고금리 정책을 펼친 파월 의장과 번번히 부딪힌 바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8년 2월 파월 의장을 연준 수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임기 내내 파월 의장을 위시한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을 강력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그의 1기 집권 기간 연준이 금리를 낮추지 않아 달러 강세로 미국 경제가 악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미 수면 밑에서는 트럼프 당선인과 미 연준과의 갈등 구도는 시작되고 있다. 영국의 통신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준의 마이클 바 금융 감독 담당 부의장은 최근 몇 주 사이 자신이 새 행정부 구성 뒤 해임될 경우 어떠한 대응 방안이 있는지 로펌에 자문을 구했다. 

바 부의장은 연준 내 대표적 ‘매파’ 인사로 특히 은행 건전성 관리 등에서 강력한 규제를 추진하면서 월가의 반발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행정부와 연준 간 갈등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진퇴양난…통화정책 여력 더 줄었다

트럼프 당선인과 파월 의장간의 갈등 구도가 표면화 될 경우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매파적 인하’에 내년 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둔 한국은행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내 경제는 탄핵사태로 정국은 혼란한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 등 대외적 불안요인에 시달리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높지만 통화정책에 대한 여력이 떨어진 상태다.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력 자체는 커졌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기존 1.75%p에서 1.50%p로 다시 좁혀졌기 때문이다. 금리 차이가 줄면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 수위도 줄어든다.

하지만 치솟는 환율이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50원을 넘어서고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강달러가 유지되면서 환율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한은이 기준금리까지 빠르게 낮추면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은행에서는 1월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물가설명회에서 1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질문에 “1월에 나오는 여러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투업권에서는 한은의 1월 금리인하 기대가 높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 모멘텀 등을 고려하면 1월 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데이터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경기가 안 좋은데 환율 때문에 금리를 못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도 “내년 성장률이 불투명한 부분이 많은데 추경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조기에 금리를 인하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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