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정국의 향방이 요동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을 거부하면서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이 ‘연쇄 탄핵’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한 권한대행은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3인 임명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 말했다.
담화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다”며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총리는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주요 임무 종사자”라며 ”한 총리는 권한대행을 수행할 자격도, 헌법을 수호할 의지도 없음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한 총리 탄핵안을 즉시 발의하고, 오늘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보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본회의 중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 지연이나 거부는 명분이 없는 일이다. 이번 헌법재판관 3인은 여야 합의로 추천된 분들이다. 절차에 따른 임명 행위에 대해 여야 합의 핑계를 대는 것은 궁색하다”며 한 권한대행을 비판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 3인(마은혁·정계선·조한창)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재적의원 가운데 195명만 참석한 가운데 마은혁(193표)·정계선(193표)·조한창(185표) 후보자 동의안이 모두 통과됐다. 마은혁·정계선 후보자는 민주당이, 조한창 후보자는 국민의힘이 각각 추천했다.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에 불응한 데 이어 동의안 표결에도 당론으로 불참했다.
민주당이 본회의 직전 발의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이날 본회의에서 보고됐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총리 시절부터 권한대행 신분 행위까지 포괄해 △대통령과 그 배우자의 범죄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 거부 △윤석열의 비상계엄 관련 위헌·위법 행위와 내란 행위의 공모 또는 묵인과 방조 등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 운영 체제와 헌법 및 법률 위배 △내란 상설특검 임명 절차 이행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을 탄핵 사유로 적시했다.
탄핵안은 27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다만 국회의장실이 이날 의결 정족수에 대해 “151석으로 확정한 바 없다”고 밝혀 본회의 상정이 보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권한대행 탄핵 의결 정족수가 대통령과 같은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찬성’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연 규탄대회에서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담화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며 “이런 졸속 탄핵, 보복 탄핵, 권력찬탈 탄핵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탄핵 쓰나미가 국정을 초토화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탄핵하려는 건 한덕수 권한대행이 아니라 국정 탄핵, 민생 탄핵, 외교 탄핵, 대한민국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민주당의 권력찬탈 음모를 누가 용납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에 대비해 가처분 신청,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본회의 표결 전 의원총회를 열어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