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전화부터 마음편의점까지…외로움 줄이는 서울의 실험 [도시, 외로움에 답하다①]

24시간 전화부터 마음편의점까지…외로움 줄이는 서울의 실험 [도시, 외로움에 답하다①]

서울시, ‘외없서’ 출범 1년
외로움 종합 치유 목표…사회 연결망 회복에 주력

기사승인 2025-11-01 06:00:05
현재 서울시가 운영 중인 ‘외로움 없는 서울 프로젝트’의 4대 핵심 사업.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서울시는 시민들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종합 지원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시가 마련한 ‘외로움 없는 서울 프로젝트’에서 고독감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적 과제로 인식된다. 단순한 상담을 넘어 시민들이 일상 속 관계망을 회복하도록 돕는 데 방점을 뒀다.

현재 시는 외로움 대응의 핵심 사업으로 △24시간 전화 상담 서비스 ‘외로움안녕120’ △오프라인 소통 공간 ‘서울마음편의점’ △맞춤형 심리 지원 사업 ‘서울 연결 처방’ △시민 참여형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 ‘모두의 친구’를 운영하고 있다.

외로움, 전화 한 통으로 연결…‘외로움안녕120’

지난 4월 문을 연 외로움안녕120은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24시간 365일 이용할 수 있는 전담 상담 창구다. 다산콜센터(120)에 전화해 5번을 누르면 전문 상담사와 바로 연결된다. 단순 정보 안내부터 외로움 대화, 고립·은둔 가구 발굴, 긴급 위기 대응까지 단계별로 지원한다.

해당 사업은 서울시복지재단 산하 고립예방센터가 운영 중이다. 인바운드 상담사 16명과 아웃바운드 상담사 20명이 근무한다. 하루 평균 100건이 넘는 상담이 접수되는 점을 고려하면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 관계자는 “예산과 인력 문제를 고려해 내년 상반기 추가 채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운영 첫 6개월 동안 총 1만9254건의 상담이 이뤄졌으며, 이 중 ‘외로움 대화’ 상담이 72.9%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중장년층(66.5%)이 가장 많았고, 청년층(28.6%), 노년층(4.6%) 순이었다.

마음을 채우는 쉼터 ‘서울마음편의점’

서울마음편의점은 외로움을 느끼는 시민 누구든 부담 없이 들러 이야기하고 상담할 수 있는 오프라인 소통 공간이다. 관악·동대문·강북·도봉구 등 4곳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 중이며, ‘마음을 채우는 편의점’을 표방한다.

이곳에선 △외로움 자가진단 △사회복지사 상담 △소모임 등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라면이나 여가·건강관리 용품을 매개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하며, 고립 경험이 있는 시민이 ‘치유활동가’로 활동해 심리·정서적 지원도 제공한다. 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누적 이용자는 3만7762명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쿠키뉴스 자료사진

고립 유형별 맞춤 지원 ‘서울 연결 처방’

서울 연결 처방은 관계 단절 중·고위험 고립 당사자를 지원하는 맞춤형 사업이다. 개인의 고립 유형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사회적 자원·서비스를 처방한다.

고립 단계는 ‘외로움·고립 위험 체크리스트’를 통해 판별되며, 사회적 연결 서비스 제공단체 24곳, 개인 심리 상담 서비스 단체 7곳이 협업해 △스포츠·건강(플로깅, 명상 등) △문화·예술(레진아트, 목공 등) △생활 관리(정리수납 등) 분야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고립 당사자 자기 치유와 참여자 간 관계 형성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참여자의 건강·관계망 변화가 지속적으로 관리·기록된다. 9월 말 기준 1714명이 참여했으며, 994명은 상담을, 640명은 직접 지원을 받았다.

회복에서 돌봄으로…‘모두의 친구’

‘모두의 친구’는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던 시민이 지역사회의 치유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고립 회복 경험이 있는 중장년층을 선발해 역량 강화 기본 교육 및 개인 상담을 제공하고, 이후 사회적 고립가구를 찾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돕는다.

모두의 친구에 참여해 치유활동가로 일한 고립 회복 당사자들은 서울마음편의점 등 총 17개 지역에서 약 350회의 지역 활동을 수행했다. 해당 사업은 사회적 고립을 회복해 본 중장년이 경험을 전달하고, 나아가 치유활동가 양성을 통해 재고립·재은둔 예방도 꾀하고 있다.

외로움을 치유하는 도시, 서울

시가 외로움 없는 서울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0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로움과 고립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시민 누구도 고립되지 않는 행복한 도시, ‘외로움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시정역량을 총동원하고 예방부터 치유, 사회로의 복귀, 재고립 방지까지 촘촘하게 관리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예산과 인력 충원은 과제로 남아 있다. 고립가구 발굴 작업의 난이도가 높은 만큼 그만한 시간·비용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재단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잠재적 수요층은 많아도 (고립가구 특성상) 발굴 자체가 쉽지 않다”며 “예산 지원 등 초기 마중물이 있어야 효과성 증진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에서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도시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행정의 실험이 일상 속 관계 회복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외로움 없는 서울’이 완성될 것이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