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인 DPP-4 억제제가 파킨슨병의 발병과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승호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김연주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교수,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4일 DPP-4 억제제가 장내에서 파킨슨병 유발 단백질 축적을 차단해 병의 진행을 늦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뇌 도파민 신경세포에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발생한다. 최근에는 이 단백질이 장에서 먼저 응집돼 미주신경을 통해 뇌로 이동한다는 ‘장-뇌 연결 축(gut-brain axis)’ 가설이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당뇨병 치료제 ‘시타글립틴’에 주목했다. 혈당 강하 작용 외에도 신경 보호 효과가 보고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유발 물질인 로테논을 투여해 마우스 모델을 만들고 시타글립틴을 병용 투여했다. 그 결과 △장 염증 반응 감소 △알파-시누클레인 축적 억제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 약 50% 감소 △운동 능력 개선 등이 확인됐다. 장내 미생물 분석에서도 유익균 증가, 유해균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시타글립틴의 작용 원리를 확인하기 위해 GLP-1 수용체를 차단한 실험도 진행했지만, 파킨슨병 진행 억제 효과는 그대로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DPP-4 억제제의 효과가 혈당·호르몬 대사가 아닌 장 면역·염증 조절 경로를 통해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정 교수는 “시타글립틴이 파킨슨병의 ‘장-뇌 축’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GLP-1 신호 차단 후에도 효과가 유지된다는 점은 면역·염증 조절 경로가 핵심이라는 강력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당뇨병 치료제 재창출(drug repurposing) 전략이 파킨슨병 진행 억제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진행 속도 완화를 넘어 예방 가능성까지 확인한 점이 의미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