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흘러온 SM엔터테인먼트의 역사는 계속된다, 핑크블러드(SM엔터테인먼트 팬덤)와 함께.
12일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SM타운 라이브 2025 [더 컬처, 더 퓨처] 인 서울(SMTOWN LIVE 2025 [THE CULTURE, THE FUTURE] in SEOUL, 이하 SM타운 라이브)’이 열렸다. 11일에 이은 2회차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창립 30주년을 맞아 개최됐다. 오랜 세월 축적한 SM의 음악 IP(지식재산권)를 집대성한 무대가 예고돼 큰 관심을 모았다. 보아는 “선후배 아티스트분들의 컬래버 무대부터 앞으로의 30년을 위한 연습생 무대까지, 굉장히 다양하게 준비됐다”고 설명했다.
기념비적인 콘서트인 만큼 현 소속 아티스트와 연습생은 물론, SM을 떠난 아티스트도 의기투합했다. 강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효연, 샤이니 키와 민호, 엑소 수호와 찬열, 레드벨벳, NCT 127, NCT 드림, 웨이션브이, 에스파, 라이즈, NCT 위시, 나이비스, 조미, 레이든, SMTR25, 마비스타, SM 재즈 트리오, 민지운, H.O.T. 토니안, S.E.S. 바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 환희, 디어앨리스, 마이트로 등 총 98명이 참석했다.
공연은 동방신기의 ‘라이징 선(Rising Sun)’으로 포문을 열었다. 대표 2세대 아이돌이자 SM의 상징과도 같은 이들의 가창을 시작으로, 장장 5시간 넘도록 쉴 틈 없이 무대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SM의 30년 역사, 그리고 앞으로 써 내려갈 30년을 모두 담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무대 구성은 4만명(양일 기준)의 핑크블러드가 끓어오르기에 충분했다.
30년 톺아보기…향수 혹은 자부심 불어넣은 신구 컬래버
보아의 ‘온리 원(Only One)’에는 라이즈 쇼타로가 함께했고, 소녀시대 효연의 ‘디저트(DESSERT)’에는 NCT 양양, 에스파 지젤이 출격했다. 샤이니 키의 ‘빌런(Villain)’ 무대에는 NCT 제노도 올랐다. 샤이니 민호의 ‘비커즈 오브 유(Because Of You)’는 에스파 닝닝이, 레드벨벳 슬기의 ‘배드 보이, 새드 걸(Bad Boy, Sad Girl)’는 라이즈 성찬이 힘을 보탰다.
‘쇼 미 유어 러브(Show Me Your Love)’ 공연에는 원곡 가수 동방신기, 슈퍼주니어를 비롯해 엑소 수호, 찬열, NCT 쟈니, 쿤, 텐, 정우, 천러, 료, 사쿠야, 라이즈 은석 등이 참여했다. 이외에도 플라이 투 더 스카이 환희, 라이즈 소희의 ‘시 오브 러브(Sea Of Love)’, 강타, NCT 재희, SM 재즈 트리오의 ‘북극성’, S.E.S. 바다, 에스파 카리나, 윈터의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 등 신구 아티스트의 컬래버레이션이 공연을 풍성하게 채웠다.
특히 SM 역사의 산증인인 바다는 SM 3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장문의 편지를 준비해 왔다. “한국 최초 여성 아이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바다는 감격한 표정으로 관중을 마주했다. 이어 “제가 소녀였을 시절부터 후배들이 소녀인 시절까지 SM 음악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저희 음악은 지나간 유행가가 아닌 여러분이 꿈꿀 때 용기 내고 싶을 때 곁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후배들의 음악, SM의 모든 음악이 인생의 바다에서 흐르고 또 흐르길 바란다”고도 했다.
백미는 NCT 드림의 리메이크곡 ‘캔디(Candy)’와 H.O.T.의 ‘행복’이었다. 모든 무대는 H.O.T. 멤버 강타와 토니안이 주도해 의미를 더했고, ‘행복’ 무대는 NCT 샤오쥔, 헨드리, 시온, 유우시, 라이즈 원빈, 앤톤이 같이 채웠다. H.O.T.(1세대), NCT(3세대), 라이즈(4세대)가 함께 만든 ‘세대 통합의 장’이었다. 오랜 핑크블러드의 향수를 자극하고, 어린 핑크블러드에게는 자부심을 불어넣는 무대이기도 했다.
30년 더 하겠네…‘최강 현역’ NCT·라이즈에 ‘첫선’ SMTR25까지
NCT 127, NCT 드림, 라이즈가 단연 돋보였다. NCT 127은 ‘삐그덕’, ‘팩트체크(Fact Check)’를, NCT 드림은 ‘웬 아이 위드 유(When I’m With You), ‘스무디(Smoothie)’를, 라이즈는 ‘임파서블(Impossible)’, ‘붐 붐 베이스(Boom Boom Bass)’를 불렀다. 응원봉 수도 환호성도 압도적이었다.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공연장이 들썩였다. SM의 인기 남자 아이돌 계보가 ‘현재진행형’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디어 앨리스(dearALICE)는 SM 최초 영국 보이그룹이다. 이들의 데뷔 준비 과정을 담은 6부작 TV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더 케이팝 익스피어리언스(Made in Korea: The K-Pop Experience)’가 영국 공영방송 BBC One에서 주말 저녁 시간대에 방송된 데 이어, 영국 ITV스튜디오가 국제 배급을 담당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디어 앨리스는 이날 내달 발매 예정인 데뷔곡 ‘아리아나(Ariana)’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들은 “잊을 수 없는 데뷔 무대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 무대에 있는 게 꿈 같다”고 감격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작이니까 많이 기대해 달라”고 말해 향후 활동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연습생 25인으로 구성된 SMTR25도 SM의 밝은 전망을 예고했다. 교복 콘셉트로 스타일링한 이들은 샤이니의 ‘루시퍼(Lucifer)’, 엑소의 ‘으르렁(Growl)’으로 공연장 예열을 책임졌다. 콘서트 후반부에는 SM 소속 가수들의 메들리격인 SM 창립 30주년 헌정 퍼포먼스를 펼쳤다. 연습생답지 않게 각 잡힌 춤, 탁월한 무대 장악력은 SM 차기 보이그룹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SM이 5년 만에 론칭하는 걸그룹 역시 베일을 벗었다. 그룹명은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이며, 멤버 수는 8명이다. 내달 데뷔 예정이다. 콘서트 말미에 데뷔 트레일러 영상이 최초로 공개돼, 에스파의 뒤를 이을 만한 비주얼과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도 SM의 향후 30년을 기대케 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로 자리 잡을지 궁금증이 쏠린다.
30년 헤리티지…에스파가 에프엑스 ‘첫 사랑니’를 부르다니
무엇보다 SM의 30년 헤리티지(유산)가 빛났다. 30주년 기념 앨범 ‘2025 SM타운 : 더 컬처, 더 퓨처’ 수록곡은 타이틀곡 ‘땡큐(Thank You)’를 제외하면, 모두 SM 아티스트 노래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이에 에스파가 에프엑스의 ‘첫 사랑니’를, 라이즈가 동방신기의 ‘허그(Hug)’를 소화했다. 현재 인기 아이돌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당시 인기 아이돌의 노래를 부른 셈인데, 모두 SM 소속 혹은 출신이라는 것이 새삼 놀랍다.
이밖에도 샤이니 ‘줄리엣(Juliette)’, 소녀시대 ‘런 데빌 런(Run Devil Run)’, S.E.S. ‘저스트 어 필링(Just A Feeling)’, 샤이니 고(故) 종현 ‘하루의 끝’, 슈퍼주니어 ‘미라클(Miracle)’, 신화 ‘아이 프레이 포 유(I Pray 4 U)’, 현진영 ‘흐린 기억 속의 그대’, H.O.T. ‘투지’, 레드벨벳 ‘사이코(Psycho)’가 다른 아티스트를 통해 재해석됐다. 1990년대부터 SM이 지속적으로 확장해 온 IP 스펙트럼이 체감되는 목록이다.
세대 불문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한 SM의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 세트리스트에 있는 전곡의 가사를 대형스크린을 통해 송출해, 모두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또 관객들의 응원봉 형태는 응원하는 가수에 따라 제각각이었지만, 원격 제어를 통해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를 대표하는 색을 내도록 했다. 이로써 각 팬덤의 일원으로 참여했더라도 진정한 ‘핑크블러드’로 거듭나는 자리가 됐다. 모든 소속 가수가 함께하는 ‘빛’ 무대를 끝으로 SM 공동체는 더욱 견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