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들이 연초부터 일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과 실적 부진 전망 등 악재 때문이다. 투자업계는 당분간 추세적인 상승은 어렵다고 진단하면서도 하반기 분위기 전환을 전망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지난해 12월30일 종가 기준 1만8050원에서 전날 1만6800원으로 6.92% 급락했다. DL이앤씨도 3만2150원에서 3만1300원으로 2.64% 떨어졌다. 아이에스동서(-7.99%), 계룡건설(-3.80%), 태영건설(-2.90%) 등도 일제히 내림세를 나타냈다.
최근 건설주의 주가 부진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여파로 해석된다. 한은은 전날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금리를 0.25%p 내렸으나, 이번 금통위는 신중론을 펼치면서 유보했다.
통상 건설업종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경감되는 효과를 불러일으켜서다. 아울러 주택 매매 수요 증가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사 수익성도 개선된다. 건설주가 대표적인 금리 인하 수혜주로 분류되는 이유다.
앞서 시장은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198개 기관, 949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DXY)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장중 2년만 최고치인 110.17을 기록했던 점과 고환율 현상 지속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금리 인하 시 미국과 격차가 확대돼 환율 상승 우려가 발생해서다.
건설주의 연초 하락세도 금리 동결 우려를 일부 선반영한 여파가 주요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건설업종을 담은 KRX 건설 지수는 지난 7거래일 동안 5거래일 하락세로 마감했다.
문제는 악재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가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실적지표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주요 건설사(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삼성E&A) 가운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없다”면서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영업이익은 기대치를 30%~50% 수준 하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소 올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세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량 관련 추가 충당금 반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불확실한 부동산 경기와 건설사들의 실적 악화에 업권 전반적으로 주가 수익률도 부진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전망은 유효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올 1분기 이후 방향성”이라며 “다행히 원가정산 현장 준공 임박으로 2025년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주택원가율은 지난해 3분기 대비 개선됐고, 착공현장 실행원가율도 양호해 업체별 실적 턴어라운드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