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올 겨울은 유난히 고통스럽다. 국민들의 호주머니는 말라가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날로 더해간다. 치솟는 물가에 한숨 소리가 깊어지고 고금리는 가계 살림을 옥죄인다. 겨울이 들어서며 난데없는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며 모든 일상이 정지된 듯한 인상이다.
지역 경제는 불황의 그림자가 더욱 짙다.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제도 혹독하다. 새해 시작과 함께 도내 건설업계에 폐업이 잇따르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월 들어 벌써 8개 건설사가 폐업 신고를 접수했다. ‘사업 포기’를 폐업 사유로 제시했으며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운영난과 유동성 위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업은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선도적인 사업으로 건설업의 침체는 지역경제의 급속한 악화를 초래하고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도내 건설업체들은 공공·민간공사를 막론하고 외지 대형업체들의 시장 잠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연말 제일건설의 부도로 협력업체 100여 곳에서 200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멈춰선 현장이 한두 곳이 아니고, 하도급 기성금을 받지 못한 전문업체가 증가하고 건설업 종사자까지 줄어들고 있다.
바닥을 기고 있는 경제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전통시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내 소상공인 체감 경기지수(BSI)는 47.1로 전월(56.5)에 비해 9.5p 하락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제주(44.0), 전남(46.7)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탄핵정국의 정치적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도 1,400원 후반대로 치솟으면서 수입물가가 오르고, 중동전쟁과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원자재가격도 상승해 시장 경제는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허물어지고 있다.
식당과 상가는 가장 큰 대목인 설 명절을 앞두고도 절망에 빠진 상황이다. 재래시장에도 찾아왔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겨 텅 비어 있다. 시민들의 소비심리가 냉각되면서 시장은 썰렁한 분위기만 지속되고 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4.4로 전월(91.6)보다 7.2p 하락하며 지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전북지역 고용률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북특별자치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북지역 15세 이상 인구는 154만 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00명(-0.4%) 감소한 가운데 경제활동인구는 99만 6000명에 불과했다. 반면 12월 실업자는 7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8.5%(3만 1000천명)나 증가했다.
전북경제의 침체는 통계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발표한 ‘전북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북지역 제조업 생산과 수출 감소, 소비 위축, 고용 악화 등 실물경제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전북지역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했고, 수출 실적도 4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13.4% 줄었다. 건설투자의 경우 건축착공면적이 4.4% 감소했으며 건축허가면적은 60.0%나 급감했고, 소비 부문도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 실물경제가 이미 악화된 상황에서 비상계엄의 여파가 반영되면 지역경제는 최악의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취약계층 생활부담 경감, 도민 안전에 역점을 두고 ‘설 명절 민생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영세 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과 온누리상품권 개인 할인 구매한도 상향, 지역상품권의 구매한도와 할인율도 늘린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위기극복 특례보증, 3정책자금 연계특례보증, 대환보증 등을 통해 경영 부담 완화도 지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매년 나오는 명절 민생대책과 크게 다른 것이 없고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지역사랑상품권 할인율․구매한도 확대’는 주요 도시가 동참하지 못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 설 명절을 앞두고 도내 상당수 지자체가 주민 1인당 20~50만원씩 민생회복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이 역시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전주와 익산, 군산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가 내놓는 정책들에 실제 서민과 소상공인들은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경제는 최근 몇 년 동안 대내외적 경제적 악재에 부딪히며 깊은 수렁에 빠져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 1년을 맞았지만 서민과 소상공인들에게 돌아오는 경제적 혜택이 무엇인지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미미하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민생 회복이다. 화려한 정책 구호보다는 실제 민생 현장에서 효과를 느끼는 정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은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안정 대책을 더 고민하고 추가할 필요성이 있다.